[정충진의 경매 따라잡기]특수물건, 법적문제 해결하면 수익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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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경매의 꽃은 ‘특수물건’이라는 말이 있다. 특수물건이란 물건의 가치나 형상은 양호한데, 법적으로 권리 관계 등이 복잡해서 여러 차례 유찰된 물건을 말한다. 준비 없이 입찰하면 원금 손실의 리스크가 있지만 법적 문제를 잘 해결하면 꽤 큰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특수물건은 지금처럼 규제가 심한 때 오히려 유망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시세보다 싸게 매입해 취득세 중과 부담이 비교적 작다. 또 법적인 문제를 잘 정리해서 급매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도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특수물건 유형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치권 신고 된 물건’이다. 공사업자가 건물 신축공사나 리모델링 공사를 했는데, 그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면 공사업자는 공사대금을 전부 지급받을 때까지 해당 건물을 유치할 권리, 즉 유치권을 가진다. 경매 대상 물건에 유치권이 신고돼 있다면 낙찰자가 공사대금까지 인수해야 할 위험이 있어 보통 수차례 유찰된다.

경매 현장에서는 이러한 법의 맹점을 이용해 허위유치권을 신고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여러 번 유찰시킨 뒤 유치권자 쪽에서 낙찰받아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다. 결국 유치권을 해결할 능력만 갖추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오래전 필자가 낙찰받은 물건이 있다. 당시 호가 1억5000만 원짜리 전용면적 59m² 준신축 아파트를 단돈 2100만 원에 낙찰받았다. 1개 동인 ‘나 홀로’ 아파트였지만 지하철역과 멀지 않아 임대수요가 풍부했다. 감정가는 시세에 현저히 못 미치는 9000만 원. 감정가가 낮았던 이유는 ‘건물’만 경매로 나왔기 때문이다. 토지와 건물 주인이 각각 다르다면 토지주는 낙찰자를 상대로 건물 철거를 요구하거나 지료(地料)를 청구할 수 있다. 결국 이 물건의 낙찰자가 건물 철거를 면하려면 대지지분을 토지주로부터 사와야 하는 상황이란 뜻이다.

게다가 건물 신축에 관여한 공사업자가 공사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거액의 유치권까지 신고해 두고 있었다. 유치권자가 건축주를 상대로 공사대금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공사대금은 지연 이자를 포함해 1억 원이 넘었다. 낙찰자가 그 금액을 전부 떠안아야 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꼼꼼히 검토해보니 허점이 보였다. 일반적인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지만 공사대금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즉, 3년 동안 권리행사를 하지 않으면 공사대금 채권은 효력을 상실한다는 뜻이다.

얼핏 보면 시공사는 공사대금 소송을 통해 권리행사를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청구 소송의 주체가 시공사가 아닌 대표이사라는 것이다. 회사가 원고가 되어 진행돼야 할 소송을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표이사 개인이 소송을 해서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렇게 되면 적법한 소송으로 볼 수 없어, 법적으로 엄밀히 말하면 시공사는 3년 이내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것이 된다. 공사대금이 소멸했으니 유치권도 효력을 잃게 된 것이다.

필자는 잔금 납부 후 곧바로 유치권자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는 대지권 이전등기 소송을 각각 진행했다. ‘해당 유치권 행사는 부적법하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지권은 낙찰자에게 무상으로 이전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서 승소했다. 건물만 낙찰받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판결을 통해 대지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활용한 것이다. 그 결과 법원으로부터 ‘유치권자는 조건 없이 건물을 명도하고 그동안 부당하게 사용한 대가로 낙찰자에게 차임 2000여만 원을 지급하라’ ‘토지 소유자는 무상으로 대지지분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일반인이 특수물건 경매로 큰 수익을 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꼼꼼한 조사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리스크를 통제하고 입찰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특수물건이 경매의 꽃이라는 말은 틀린 얘기가 아니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경매#부동산#특수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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