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자산 투자에 특정 판매사 쏠림… ‘라임’ 닮아가는 ‘옵티머스’

이건혁 기자 입력 2020-06-24 03:00수정 2020-06-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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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관 매출채권 투자한다 하고선 비상장기업 사채 등에 몰래 투자
펀드 판매 85% NH투자에 쏠려… 불완전판매 여부도 조사 불가피
거물급 자문단 과시도 석연찮아… 금융위 “사모펀드 1만개 전수조사”
최대 5000억 원대 펀드 환매 중단(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가 지난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안정된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사채 등 부실자산에 돈을 넣는 등 사기성이 짙다는 의혹이 나온다. 일각에선 정관계와 연결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에 따라 사기 의혹이 확인되고 손실 규모가 커지게 되면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① 사기 의혹 짙은 자금 운용=옵티머스는 공공기관과 거래 계약을 한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안정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니라 비상장 기업의 사채, 사업권 등에 투자했으며 이를 숨기기 위해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NH투자증권 등 옵티머스 펀드를 판 금융사들은 22일 옵티머스를 검찰에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해 투자자에게 조 단위 손실을 입힌 라임자산운용(라임) 역시 부실 자산에 투자하고 펀드 수익률 돌려 막기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라임의 수익률 부풀리기가 투자자 유치를 위한 목적이었던 것에 비해 옵티머스는 투자처를 바꿔치기 한 목적이 불분명한 상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옵티머스 펀드 운용사 임직원들이 투자금을 횡령할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특정인의 사업에 도움을 주려던 것인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② 특정 판매사 쏠림 현상과 판매사 실책=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옵티머스의 펀드 설정액은 2018년 6월 말 1598억 원에서 19일 기준 5151억 원으로 급증했다. 옵티머스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이 펀드의 약 85%를 팔아준 NH투자증권이다. 앞서 라임이 성장하게 된 것도 라임 임직원들과 친분이 있었던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등에서 펀드를 집중적으로 팔아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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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를 대규모로 팔게 된 경위와 불완전 판매 여부 등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측은 “옵티머스 펀드는 연 3%대의 안정적인 수익률 때문에 인기가 많았고, 앞서 다른 증권사들도 취급하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어 조만간 다른 대형 증권사에서도 판매 예정이었던 만큼 상품 자체는 매력적이었다며 “사기에 연루돼 안타깝지만, 상품 선정 과정은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옵티머스 펀드 판매를 검토했던 다른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운용사 실사를 진행해 보니 믿을 만한 운용역이 없었고, 투자자에게 권할 만큼 구조나 수익률이 뛰어나지 않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③ 거물 자문단 내세워 신뢰도 과시=수익률 조작과 사기 투자 의혹으로 시작된 라임의 펀드 환매 사태는 현재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까지 범위가 확대돼 있다.

옵티머스 사태에서는 고위층을 내세워 회사의 신뢰도를 강조한 흔적이 보인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이 옵티머스의 자문단으로 소개됐었다. 현재 자문단 명단은 삭제된 상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문단 자체도 흔치 않은데, 거물급 인사의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고 했다. 옵티머스의 전신인 AV(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의 전 대표 이혁진 씨는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서울 서초갑 후보로 출마했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옵티머스 사태 등과 관련해 사모펀드 약 1만 개를 전수조사하고 운용 실태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옵티머스자산운용#펀드 환매 중단#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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