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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졸업-입학시즌 망친 화훼농가, ‘꽃 소비 운동’에도 앞날 불투명

입력 2020-06-01 03:00업데이트 2020-06-01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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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지역경제]2월 장미 등 하루평균 거래 34% 급감
5월들어 가까스로 예년수준 회복… 한 해 농사 계획 못잡고 좌불안석
“꽃을 키운 지 20년째인데 올해처럼 힘든 적은 처음이에요.”

경남 김해시 대동면 화훼마을에서 카네이션을 키우는 이삼수 씨(48)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카네이션 판매는 졸업·입학식이 몰리는 2월과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이 대목이다. 하지만 이곳 카네이션 농가 26곳은 올해 정성껏 키운 꽃을 폐기하거나 헐값에 넘기는 아픔을 겪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2월 졸업·입학식은 물론이고 각종 봄 축제와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 씨는 “공공기관들이 꽃을 사준 덕분에 그나마 5월에는 매출이 지난해의 60∼70% 정도로 겨우 회복됐다”고 했다.

꽃 수입 증가와 2016년 9월 청탁금지법 시행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던 화훼농가는 이번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 공영 유통의 60%를 차지하는 서울 양재화훼공판장의 카네이션, 장미, 프리지아 등 절화(折花)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올 2월 11만4199단(1단은 10송이)으로 최근 5년간 2월 평균치보다 33.6% 급감했다. 같은 달 카네이션 1단의 평균 도매가격은 2912원으로 39.6% 떨어졌고, 하루 평균 거래량은 62.5% 줄었다. 올 2월 장미도 도매가격이 15.9%, 거래량이 28.4% 감소하는 등 대부분의 절화류가 타격을 받았다.

다만 어려운 화훼농가를 돕는 움직임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5월 들어서는 꽃 거래량과 가격이 가까스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서 ‘1사무실 1꽃병’ 운동을 추진해 대량으로 꽃을 샀고, 대기업 등에서도 꽃 소비 운동에 동참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기준 양재공판장의 절화류 하루 평균 거래량은 16만1259단으로 최근 5년의 5월 평균치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카네이션, 장미, 프리지어 등의 도매가격은 오히려 소폭 올랐다.

이 씨는 “2월에 폭락했던 꽃값이 5월까지 이어졌으면 아마 꽃 농사를 접는 농가가 엄청 많았을 것”이라며 “그나마 정부와 지자체가 도와주니까 그전에 손해 본 것을 겨우 떠안고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 3월에는 이 씨도 팔지 못한 꽃을 차마 폐기할 수 없어 공판장에 헐값으로 넘기고 오는 일이 많았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화훼농가는 보통 꽃을 판매하기 수개월 전부터 모종을 심으며 한 해 농사를 계획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언제 다시 대유행을 할지 몰라 농가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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