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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횟집 손님 줄고 日-中 수출 막히고… 수산물값 하락에 어민 눈물

입력 2020-06-10 03:00업데이트 2020-06-1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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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지역경제]<6> 수산업 집중 여수-통영
지난달 20일 전남 여수시 돌산도 앞바다에서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동현 씨가 우럭 치어를 입식하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이 줄어도 우럭을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한 고정비용은 계속 들어가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여수=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2만 원, 2만2000원…. 하, 참 가격 안 오르네.”

지난달 21일 오전 6시 전남 여수시 돌산도에 있는 여수수협 군내 위판장. 이날 열린 경매를 주관하는 경매사는 어민들이 바다에서 잡아 온 수산물의 가격을 1000원이라도 더 높게 받기 위해 쉬지 않고 호가를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20여 명의 중도매인은 매수를 뜻하는 손가락을 선뜻 올리지 않았다.

1시간가량 줄다리기 끝에 이날 경매에 나온 참돔, 우럭, 소라, 갑오징어 등 4000만 원어치의 수산물이 거래됐다. 하루 평균 1억 원 가까이 경매가 진행됐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날 경매를 주관한 주성 여수수협 경매실장은 “29년째 경매를 진행하고 있는데 요즘처럼 가격 올리기가 어려운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수산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국내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고 중국 일본 등으로의 교역도 줄어들면서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어가를 비롯해 중도매인, 수출업자, 수산물 소비시장 등 수산산업 생태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 활어 소비 감소에 양식어가 피해 직격탄
수산업계에서도 활어용 생선을 주로 생산하는 양식 어가들의 피해가 크다. 활어는 가정용보다 횟집 등지에서 외식이나 회식용으로 소비되는 비중이 큰데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소비가 급감했다. 전남 여수시와 경남 통영시는 전복, 우럭, 참돔, 멍게 등 국내 양식생산량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양식 산업의 중심지다. 통영과 여수 지역 양식 어가들이 가입해 있는 서남해수어류양식조합에 따르면 올해 1∼5월 참돔의 평균 산지 출하 단가는 kg당 846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단가(1만1649원)보다 27% 줄었다. 우럭, 농어 등 대부분 어종 가격이 떨어졌다.

양식업 특성상 판매량에 관계없이 1년 내내 고정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피해는 더 커졌다. 우럭, 참돔 등은 치어에서 상품성 있는 성어로 키우기까지 1∼3년 이상이 필요하다. 20일 여수 군내항에서 배를 타고 5분가량 이동해 찾아간 한 가두리양식장에서는 우럭 치어를 양식장에 입식하고 있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동현 씨(66)는 “우럭은 kg당 1만2000∼1만3000원이 돼야 양식장 운영이 가능한데 지금은 7000원대로 떨어졌고, 반대로 사료와 치어 가격 등은 올랐다”며 “3년을 애지중지 키운 고기를 폐사시킬 수 없으니 팔 때마다 적자만 커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멍게 어가들이 밀집한 통영시의 양식 업계도 피해가 크다. 고수온에 약한 멍게 특성상 통영 멍게 어가들은 1년 출하량의 90% 이상을 2∼5월에 쏟아낸다. 정두한 통영 멍게수협 조합장은 “멍게 출하철과 코로나19로 피해가 컸던 시기가 겹쳤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수산 시장인 부산 자갈치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2월 25일부터 3월 17일까지 3주간 문을 닫았다. 1950년 자갈치시장이 조성된 후 70년 만에 첫 휴업이다. 김종진 자갈치어패류조합장은 “6·25전쟁 때도,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자갈치 아지메(상인)들은 영업을 쉬지 않았는데 코로나19로 손님이 끊겨버리니 휴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와 수협 등에서 진행한 드라이브스루 수산물 판매와 공영홈쇼핑 방영 기회가 늘며 수산물 출하량과 산지 가격 등이 일부 회복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럭(양식)은 올해 3월 1126t까지 출하량이 줄었지만 4월 1405t, 지난달에는 1507t으로 늘었다.

양식 어가들은 기존 활어 중심의 판매 방식 대신 반건조 등 가공식품으로 대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현영완 서남해수어류양식조합 총무지도과장은 “판로 다변화를 위해 우럭, 참돔 등으로 구성된 반건조 모둠 상품을 개발해 급식 꾸러미, 홈쇼핑 등지로 납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 중국 수산물 수출 시장 문 닫히며 피해 가중
최근 국내 수산업계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중국이 코로나19로 위축되면서 피해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수산물 수출은 역대 최고액인 25억1000만 달러(약 3조340억 원)를 달성했는데 전년보다 33.8%나 증가한 중국(5억2000만 달러) 시장이 큰 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1∼4월 수산물 수출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억5000만 달러)가량 줄었고, 특히 중국 수출은 20.5%나 감소했다.

중국으로 삼치 등을 수출하는 중도매인 서윤성 씨(47)는 “지난해 중국 춘제 때까지 25t 컨테이너 30여 개를 수출했는데 올해 1∼2월엔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중국의 영향으로 수출 실적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창고비용, 금융비용 등은 커지는데 중국 문이 닫히니 한국 수산 수출시장도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여수=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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