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kg 세탁기-16kg 건조기…집콕 늘며 가전 대형화 바람

  • 동아일보

TV도 65인치 이상 제품 대세
식기세척기 판매 90%가 12인용
“여행등에 쓸돈 가전소비로 돌려”

삼성전자가 26일 공개한 8인용, 12인용 신형 식기세척기. 삼성전자는 ‘입체 물살’과 ‘고온 직수 세척’을 갖춰 눌러붙은 음식물도 쉽게 떼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6일 공개한 8인용, 12인용 신형 식기세척기. 삼성전자는 ‘입체 물살’과 ‘고온 직수 세척’을 갖춰 눌러붙은 음식물도 쉽게 떼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불 말리기 편한 16kg 이상 건조기, 몰입감이 큰 65인치 이상 TV, 며칠 가족 빨래가 밀려도 한 번에 세탁 가능한 20kg 이상 대형 세탁기….”

올해 9월 결혼을 앞둔 허은하 씨(35)가 구매하려는 가전제품 목록이다. 허 씨는 최근 들어 재택근무에 일찍 퇴근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는 재미에 푹 빠졌고, TV는 65인치 이상 크기로 사기로 마음먹었다. 숙면을 위해선 침구류 청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대형 세탁-건조기로 이불 빨래도 자주 할 생각이다. 허 씨는 “삶의 질을 높이려면 아무래도 가전제품은 클수록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에 빠진 가전업계에서 대형·프리미엄(고급) 제품들이 실적을 이끌고 있다. 업계에선 재택근무가 늘고 집에서 가전을 사용하는 빈도가 늘면서 대형 선호 트렌드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한다. 가사노동의 부담을 줄이려면 대형 제품이 좋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아진 데다 가전제품이 편안한 ‘집콕’ 생활에 도움을 준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시각이다.

주요 가전업체는 품목별 대형 제품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26일 공개한 식기세척기 신제품도 대용량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이다. 지난해 공개한 8인용 모델의 용량을 키워서 새로 출시한 것. 눌어붙은 밥풀 등을 떼는 고온 직수 기능과 살균 기능 등 프리미엄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용량을 늘려 편의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최근 식기세척기 시장에서 대용량 제품이 보다 잘 팔리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경쟁 포인트가 옮겨간 것이라고 해석한다. LG전자는 올해 디오스 식기세척기 전체 판매량 가운데 3∼5인 가구용(12인용) 비중이 올해 들어 90%에 달할 정도로 대용량 제품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주요 가전업체는 세탁기와 건조기 대용량 제품을 출시하며 용량을 특장점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일 나란히 국내 최대 용량인 24kg급 세탁기 출시 계획을 알렸다. 건조기 역시 대용량인 16kg급 제품을 세탁기에 결합(삼성전자)하거나, 일체형(LG전자)으로 붙인 신제품을 올해 들어 출시하면서 대용량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TV시장도 65인치 대형 제품에서 경쟁구도가 치열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을 대신할 만한 대형 T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업계에선 대형 제품 성장으로 올해 상반기 매출이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적게 받았다는 분위기다. 이마트 판매 기준으로 올 1분기(1∼3월) 65인치 대형 TV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59%로 매출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소비 양극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1년에 한두 번씩 해외에 나가던 중상층 소비자들이 여행 비용을 줄이고, 가전 소비로 눈을 돌리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인 대형 제품에 부쩍 더 관심을 보이게 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세탁기#건조기#가전 대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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