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규모 ‘반토막’… 정부지원에 돈가뭄 풀릴까

  • 동아일보

투자심리 얼어붙어 기업 엄두 못내
이달 48% 줄어 2조6924억 그쳐… 회사-국고채 금리차 10년만에 최대
정부, 20조 들여 CP등 매입 추진… 과감하고 속도있게 집행해야 효과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회사채시장의 한파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 회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 그쳤고, 국고채 대비 회사채의 약세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22일 추가대책을 내놨지만 자금경색 해소를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2일까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 발행액은 2조692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1%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한 결과다.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에 나섰다가 자칫 미달 사태라도 발생하면 경영상황에 대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화솔루션은 이달 초 회사채 수요 예측 미달로 시장의 반갑지 않은 주목을 받아야만 했다.

회사채와 국고채 간 신용도 차이를 보여주는 스프레드는 크게 벌어졌다. 23일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의 신용 스프레드는 1.167%포인트로 2009년 9월 10일(1.170%포인트) 이후 10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스프레드가 커진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회사채가 시장에서 외면 받아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회사채 시장이 살얼음판을 걷자 정부는 22일 항공, 자동차 등 기간산업 지원책과는 별개로 ‘추가 카드’를 내놓았다. 20조 원의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해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까지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의 회사채시장 지원책이 AA― 이상 우량등급 위주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 발 더 나아간 조치다.

하지만 시장은 회사채 시장의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23일 회사채(3년물 AA―) 금리도 전일 대비 제자리걸음을 보이며 아직 뚜렷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SPV 설립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회사채 매입에 나서는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가동된 채안펀드도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매입으로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당국과 시장의 눈높이 차이가 너무 크다”며 “회사채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SPV의 구체적인 구조, 매입 범위나 기준 등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기간산업안정자금과 마찬가지로 SPV에도 ‘일정 규모 이상 중견기업 및 대기업이 사모로 발행한 채권을 매입하는 경우, 고용 유지 노력을 유도하는 방안 강구’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 SK증권 윤원태 연구원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구체적인 운영방안이 관건”이라며 “제대로 효과를 거두려면 올해로 기간을 한정해 집중적인 매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채권시장안정펀드#회사채#국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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