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영향은 미미하지만, 유가급락으로 인한 영향은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 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국내 조선 빅3는 코로나19의 직접 영향권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산업은 수주산업으로 선주들의 주문이 있어야 선박을 건조하는데, 단기 이슈로 주문을 취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배경에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선박은 보통 선주들의 주문이 나온 후 1년~2년의 건조 기간을 거친 뒤 인도되는 만큼 특정 이슈로 인해 발주가 멈추거나 하는 상황은 나오기 힘들다”며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상반기 이후까지 이어진다면 선박 발주가 늦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꼭 필요한 선박은 선주들이 발주를 하는데, 발주 시기가 코로나19로 지연될 수 있는 것이 문제”라며 “코로나19가 일시적 쇼크로 판단되면 LNG운반선이나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의 발주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은 현재 미미하지만 유가급락으로 인한 조선사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특히 해양사업에서 유가급락은 치명타로 작용한다. 바다 위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해양플랜트는 통상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60달러 이상일 때 채산성이 좋아져 발주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에서 현재 30달러대로 급락한 국제유가 상황에서는 새로운 해양플랜트 발주가 나오기 힘들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4년~2016년 유가 급락으로 당시 국내 조선사들의 해양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며 “해양 구조물은 특성상 공사 중 설계변경과 이에 따른 초과 비용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이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는 매출인식 기준보다는 인도기준 수주잔고가 중요한데 올해 1월말 기준 국내 대형 5개 조선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들의 합산 조선·해양 수주잔고는 738억달러고 이 중 해양 수주잔고는 22%에 해당하는 165억 달러”라며 “지난 2014년의 54%보다는 낮지만 현재 조선사들은 해양구조물 노출분의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가급락으로 인한 원유 수요 증가로 탱커선 발주 증가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공급경쟁으로 인해 급락한 유가는 석유 물동량을 더욱 높일 것이며 이로 인해 VL탱커 수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가 길어진다면 원유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한국 조선사들은 현재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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