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품은 딜리버리히어로 ‘98.7%’ 독차지…불붙는 ‘독과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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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0일 1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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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계 배달 서비스 전문업체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배달앱 독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는 혜택이 줄고 점주들은 수수료 등 비용이 늘 것을 우려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토종 브랜드가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여론이 좋지 않아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심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국내 배달앱 서비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품을 경우 전체 배달앱 사용자의 98.7%를 한 회사가 차지하게 된다.

지난 11월 기준 국내 배달앱 서비스 이용자수는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 886만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보유한 요기요(490만명), 배달통(42만명), 푸드플라이(2만명)를 합쳐도 배민보다 이용자가 적다. 두 회사가 합칠 경우 현재 3위 ‘쿠팡이츠’(19만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뚜렷한 경쟁자가 없다.

◇합병 바라보는 이용자·소상공인 …부정적 시선

우아한형제 방문자 센터의 모습. 2019.12.13/뉴스1 © News1
우아한형제 방문자 센터의 모습. 2019.12.13/뉴스1 © News1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는 인수합병을 발표하며 이런 독점 상황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경쟁업체 쿠팡을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회사’라고 표현하며 시장 파괴범으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거대 자본과 플랫폼에 대항해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세우기 위해서였지만 해외 업체에 매각되는 상황에 적절치 않은 핑계였다며 관련 업계와 이용자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았다.

특히 ‘토종’ 브랜드로 인식되던 배달의민족이 외국계 자본에 넘어간 것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도 커지고 있다. 이미 우아한형제들은 인수 결정 전부터 해외 투자자들이 높은 지분율을 갖고 있었지만 그동안 ‘민족’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여온 탓에 이번 인수 결정으로 이미지 타격이 더 컸다.

이런 부정적 여론은 독과점 논란에 불을 붙였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는 합병 이후에도 각자 보유한 플랫폼을 그대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쟁이 사라진 상태에서 강력해진 협상력으로 수수료나 광고료 등을 인상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성명을 통해 “90% 이상의 배달 앱 시장이 독일 자본에 지배를 받게 되면 각종 수수료 인상과 횡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합병 반대에 나섰다.

◇악화된 여론에 진화 작업에도…줄잇는 반대물결

아이지에이웍스의 국내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시장 분석 (아이지에이웍스 제공) © 뉴스1
아이지에이웍스의 국내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시장 분석 (아이지에이웍스 제공) © 뉴스1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차기 최고경영자(CEO)는 곧바로 “합병으로 인한 중개 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실제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의심의 시선은 쉽게 걷어지지 않았다. 약속대로 수수료 인상이 없다 하더라도 각 사가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던 때처럼 수수료 인하나 할인 정책 등의 유인책은 없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합병은 장기적으로 독점으로 인한 배달 수수료 상승이 야기되고 소비자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의 우려와 불안을 감안해 앞으로 남은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엄정한 심사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공정위도 이런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독과점 피해를 우려하는 여론이 골목상권과 일반 소비자들에게서 나오고 있는 만큼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는 해당 시장을 배달앱에 국한하지 않고 이커머스와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대해 바라봐야 한다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장에 남은 쿠팡을 비롯한 위메프, 카카오 등 배달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이 아직 존재감이 미약하지만 전체 플랫폼 측면에서 잠재 이용자를 감안하면 배달앱 1위만으로 안심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배달앱 ‘통합’ 세계적 추세…규제당국 ‘기준’ 어디 둘지 촉각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왼쪽)와 김범준 차기 대표 (우아한형제들 제공) © 뉴스1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왼쪽)와 김범준 차기 대표 (우아한형제들 제공) © 뉴스1

이런 음식배달 플랫폼 독점 논란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배달앱을 서비스하는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 실현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속속 인수합병 전략을 펼치며 독과점 구조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미국판 배달의 민족으로 불리는 도어대시는 4억6000만달러에 경쟁 서비스 ‘캐비아’를 인수했다. 유럽에선 인터넷 기업 프로서스와 네덜란드 음식배달 서비스업체 테이크어웨이닷컴이 영국 업체 ‘저스트잇’ 인수전을 펼치고 있고, 인도에선 우버이츠가 현지에서 경쟁하던 조마토에 사업을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합병은 배달의민족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결국 공정위가 어떤 기준을 갖고 이번 합병을 바라볼지에 따라 승인 여부가 결판 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이 규모의 경제를 이뤄 시장 지배적인 입장이 되면 데이터를 활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등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강해진 협상력으로 수수료를 올려 수익성을 극대화 한다면 이에 대한 영향은 음식점은 물론 음식 가격에도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 이용자들에게도 달가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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