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호텔의 지속 가능한 럭셔리, ‘환경경영’이 이끈다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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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호텔에서 지구 살리기 전등 끄기 행사 참여 고객에게 폐비누 재활용 향초를 선물로 제공하는 모습.
한 호텔에서 지구 살리기 전등 끄기 행사 참여 고객에게 폐비누 재활용 향초를 선물로 제공하는 모습.
최근 환경부에서는 2022년까지 1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줄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1년까지 남은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는 컵과 포장·배달음식 1회용 식기에 대한 무상 제공을 금지하는 한편 용기와 접시도 친환경·다회용기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2022년부터는 50실 이상 숙박업에 1회용 위생용품 무상 제공이 금지된다.

이처럼 1회용품 사용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이에 동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숙박업계에서도 1회용 어메니티 사용을 줄이고, 대용량 용기로 바꾸는 등 높아진 환경 의식 수준을 맞춰가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숙박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친환경 활동이 고객 항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나, 최근 몇 년 동안 소비 문화 전반적으로 급부상한 친환경 트렌드가 무시할 수 없는 대세라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단순 숙박 서비스 제공을 넘어 ‘지속 가능성’이라는 시대 사명에 부합하는 고객가치 제공을 위해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위기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의 친환경 정책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요소가 됐다. 고객 편의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잘 설계하고, 그 의미를 잘 설득하는 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객실, 식음료장에 생분해성 종이 빨대, 쌀 빨대를 도입하는 등 각 숙박업장의 실정에 맞는 자발적인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숙박문화 분위기 확산을 돕기 위해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도 발 벗고 나섰다. 양 기관은 올해부터 ‘2019 숙박분야 환경경영 지원 사업’을 통해 숙박업계 환경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친환경 활동을 유도하기 위한 차원에서 10개 호텔을 대상으로 맞춤 환경경영 컨설팅과 투숙객 대상 친환경 캠페인을 지원했다.

해당 사업에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 힐튼 서울’ ‘더플라자 호텔’ ‘롯데호텔 서울’ ‘메종 글래드 제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파라다이스시티’ ‘파크 하얏트 부산’ 등 총 10개의 5성급 특급호텔이 참여해 주목을 끌었다.

객실 내 ‘최적 기온’, ‘쾌적도’ 맞추면 냉난방 효율 높일 수 있어

10월 15일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진행된 환경경영 간담회 모습.
10월 15일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진행된 환경경영 간담회 모습.
환경경영 컨설팅 부문에서는 일일 에너지 사용량과 외부 온도의 상관관계를 파악해 호텔별로 최적 기온을 도출하는 작업부터, 호텔 객실 및 공용시설의 쾌적도 관리, 호텔별 환경 이슈 개선 방안 도출 및 환경관리 운영 비용 절감 등을 포함하는 다각도의 개선 작업이 이뤄졌다.

먼저 각 호텔의 3년간 에너지 사용량과 대상 지역의 기온 비교 분석을 통해 호텔의 전력 관리 효율화 방안, 특히 호텔의 냉난방 패턴에 대한 분석이 진행됐다. 컨설팅을 주도한 환경전문 컨설팅기관 AKA의 김진성 책임연구원은 “A호텔의 경우 최근 3년간 최적 기온이 계속적으로 낮아지는 패턴을 보였다. 다른 사업 참여 호텔보다 온도 감소 폭이 커 냉방 효율의 문제가 있었고, 냉방 가동 일수도 매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냉방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각 호텔의 냉방 시설을 점검하고, 냉방 효율을 증대시켰다”고 말했다.

한편 대부분의 호텔은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업의 특성상 편의 차원에서 공공건물보다 냉방을 더 많이 가동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이 느끼는 열 만족도를 정량적으로 도출하는 ‘PMV(예상온열지수)’를 적용한 호텔의 ‘쾌적도’를 산출해 냉방 전력 절감을 유도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객실과 로비를 대상으로 측정한 결과, 많은 호텔에서 쾌적구간(―0.5¤0.5)으로 온습도 관리를 잘하고 있었다. B호텔의 경우 ―0.5 이상의 쾌적도가 도출됐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는 냉방을 과하게 가동하고 있어 고객들이 춥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호텔은 쾌적 구간 내에서 냉방 가동 온도를 높여 고객들의 냉방 만족도를 높이고, 과도한 냉방 가동을 줄여 냉방 전력을 절감하도록 유도했다.

최근 몇 년 새 국내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면서 건물 내 미세먼지도 주목받고 있다. 호텔의 경우, 공조기를 통해 외부 공기를 실내에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외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경우 실내 미세먼지 농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호텔의 객실, 로비, 레스토랑 등 공용시설의 미세먼지(PM2.5) 농도 측정 결과 대부분의 호텔이 미세먼지를 좋음(0¤15)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그린카드’, ‘지구 살리기 전등 끄기 행사’… 친환경 캠페인 눈길

호텔 친환경 그린캠페인 기념 선물. 폐리넨 재활용 앞치마, 인형, 폐비누 재활용 향초 등.
호텔 친환경 그린캠페인 기념 선물. 폐리넨 재활용 앞치마, 인형, 폐비누 재활용 향초 등.
이번 사업에서는 환경경영 및 친환경 생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실천을 독려하기 위해 사업 참여 호텔 및 투숙객을 대상으로 친환경 그린캠페인도 진행됐다.

9월 23일부터 10월 20일까지 약 한 달간 그린카드(Green Card) 사용 고객을 대상으로 호텔에서 버려지는 리넨을 재활용한 인형, 에코백, 앞치마 등 다양한 선물이 제공됐다.

그린카드는 침대 시트나 수건을 매일 세탁하지 않고 재사용해도 좋다는 표시의 카드로, 2박 이상 머무는 투숙객들이 사용할 수 있다. 객실 내에 비치된 이 카드를 문고리에 걸거나 침대 시트 등에 올려놓으면 어제 사용한 시트와 수건을 당일에도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캠페인 기간에 ‘지구 살리기 전등 끄기’ 행사도 실시됐다. 10월 1일 오후 9시부터 진행된 이 캠페인에서 참여 호텔들은 약 한 시간 동안 옥외조명과 사이니지 조명을 끄고 일부 공용 공간 조명을 소등했다. 각 호텔은 체크인 시 고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고, 동참 고객들에게는 폐비누 재활용 향초를 선물로 제공했다. 이 외 물 사용 절약 등 환경실천 서약 고객에게는 폐수건을 재활용한 유아용 비치가운을 증정하는 등 캠페인을 통해 투숙객과 함께 친환경 숙박문화를 조성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이번 친환경 캠페인 참여 호텔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호텔임을 인증하는 현판 증정식도 진행됐다. 현판식에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남광희 원장이 직접 참석해 호텔 관계자들의 환경경영 추진 의지와 노력들을 격려했다. 이 외에 호텔들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 현안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도 진행했다.

남 원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호텔업계의 환경 이슈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고,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며 “호텔업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보완하여 더욱 체계적인 환경경영 지원 사업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남광희 원장 “환경이 경쟁력” ▼


유럽에서는 일찍이 1990년대부터 호텔 운영에 친환경 철학을 담아 왔다. 특히 북유럽 최대 호텔 체인인 스칸딕그룹은 1993년부터 친환경을 경영 전략의 중심에 놓았다. 걸프전의 영향으로 재정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객실 자재의 97%가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했다. 특히 ‘수건을 재사용하려면 이 카드를 문고리에 걸어 달라’는 문구를 내건 첫 번째 호텔로, 이제는 전 세계 대부분의 호텔이 해당 문구를 담은 그린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스칸딕그룹은 당시 초기 투자비 24만 달러로 3년간 240만 달러를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인 10명 중 8명이 스칸딕호텔을 가장 이미지가 좋은 호텔로 꼽고 있으며 별도 홍보 없이도 객실은 언제나 만원이다.

친환경을 경영의 핵심 요소로 활용하며 성과를 만들어낸 스칸딕그룹의 사례는 국내 호텔 및 숙박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환경경영은 에너지 및 자원의 절감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처럼 경영 개선을 위한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

물론 국내 호텔들도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환경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의 공감과 동참을 유도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부담을 가지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 부담은 정부와 고객이 덜어줘야 한다. 정부가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고객이 먼저 요청한다면 호텔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환경경영을 펼칠 수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2019 숙박분야 환경경영 지원 사업’을 실시하게 된 이유다.

환경경영이 다양한 산업에서 견고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년간 노력해 온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올 7월, 국내 10개 특급호텔과의 업무 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호텔업계 환경경영 지원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컨설팅을 통해 지속 가능한 환경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고객들의 친환경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은 이제 어떤 산업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사회 전체의 가장 큰 화두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019 숙박분야 환경경영 지원 사업’은 민관이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사회 구축을 향해 의미 있는 첫걸음을 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참여 호텔들이 녹색경영의 체계를 잡고 친환경 호텔로서 위상을 드높이는 한편, 호텔업계 전체로 본 사업의 성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에서 꾸준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환경을 위하는 경영이 호텔업계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공동기획=한국환경산업기술원
#호텔#친환경 정책#1회용품 사용#환경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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