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공개 정보 빼내 주식 사들이고 타인계좌 빌려 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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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직원 불법 5년간 87명 적발… 증시 좋았던 지난해에는 34명 적발
자산운용사 대표 등 임원급도 12명… 타인계좌 4개로 돈 굴린 간부도

‘알짜 투자정보’를 일반 투자자보다 먼저 입수하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서 불법 주식 거래로 자기 배를 불린 임직원이 최근 5년간 87명 적발됐다. 타인 계좌를 4개씩 굴린 자산운용사 대표 등 고위 임원들도 발각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금융감독원이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년∼2019년 7월 16일) 차명계좌로 불법 주식 거래를 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임직원은 87명이었다. 증시가 좋았던 지난해에는 34명이나 적발됐다. 불법 주식 거래 임직원이 한 달에 3명꼴로 나온 셈이다.

이 가운데 투자원금이 적은 사람 등을 제외한 79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과태료를 평균 1800만 원 물었다. 평균 투자 원금은 1억2100만 원, 평균 거래일수는 228일이었다.

적발된 87명 중에는 자산운용사 대표이사 등 임원급도 12명이나 됐다. 그린투자자문의 전직 대표이사 A 씨는 2007년부터 10년간 배우자 등 타인의 계좌를 4개씩이나 활용해 4억6800만 원을 투자했다.

한양증권 이사대우인 B 씨는 2010∼2011년,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차명계좌로 투자했다. 두 시점에 각각 최대 9억200만 원, 8억5000만 원을 투자해 주식 55개 종목을 사들인 사실이 2016년 드러났다. 또 임원급뿐 아니라 대리나 연구위원 등 입사 경력이 길지 않은 실무자들도 ‘간 큰 불법 거래’를 일삼고 있었다.

일부는 기업 탐방 등을 통해 업무상 얻는 ‘알짜 투자정보’를 시장에 공표하기 전에 자기 주식 거래에 활용했다. 이런 정보는 법에 따라 고객 자산 관리나 특정 주식의 매수 및 매도를 권하는 보고서 작성에만 쓰여야 한다. 차명거래로 자기 잇속만 챙기다 보니 정작 고객의 자산 운용에는 소홀해 업무 중에 법을 위반한 직원들도 있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임직원은 상장회사들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에 앞서 수집하기 때문에 미공개 정보를 쉽게 접한다.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를 운영하며 상장기업들의 내밀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기도 한다.

임직원들은 이런 특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 따라 주식과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할 때 자기 명의의 계좌 1개만으로 거래해야 한다. 또 거래 내용은 분기별로 소속 회사에 통지해야 한다. 업무상 얻은 정보가 공표된 뒤 24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해당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금융투자업계 직원들의 불법 주식 거래를 근절하려면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위반 정도가 심각하면 적극적으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과태료를 물어낸 직원들 중 검찰에 고발된 사례는 하나도 없었다. 김 의원은 “자본시장의 심판과 선수인 금감원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임직원의 주식 차명거래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자산운용사#증권사 직원#불법 주식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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