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로 보는 TV에 문짝 바뀌는 냉장고…김현석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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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4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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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밀레니얼’ 겨냥 新가전 속속 공개…“소비자 중심”
기존 가전제품 ‘관념’ 없애…‘라이프스타일랩’ 주도 혁신

“김현석 대표가 부임한 이후 가전업체가 어떻게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논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는 그만큼 CEO가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임직원들에게 굉장히 고무적이고 행복한 일이다.”

삼성전자가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를 겨냥해 추진하는 개인화 중심의 디자인 철학 ‘프로젝트 프리즘’을 만들어낸 최중열 전무(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 팀장)가 바라본 김현석 CE부문장 사장의 모습이다.

2017년 11월 삼성전자의 TV와 생활가전사업부를 총괄하는 CE(소비자가전)부문의 수장으로 취임한 김 사장은 원래 ‘디스플레이’ 전문가다.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소속으로 개발그룹장과 사업부장을 거치며 ‘보르도 TV’와 ‘QLED TV’를 만든 주역이다.

그가 CE부문장으로 부임한 이후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이 달라지고 있다. 4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삼성디지털프라자 본점에서 공개한 신개념 생활가전 프로젝트 ‘비스포크’(BESPOKE) 냉장고가 대표적이다.

비스포크는 맞춤형 양복이나 ‘주문 제작’을 일컫는 용어다. 다양한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품의 타입이나 소재, 색상 등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가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반영한 이른바 ‘맞춤형 가전’ 시대를 열기 위해 이날 공개한 새로운 비전 ‘프로젝트 프리즘’의 첫번째 작품인 셈이다.

비스포크는 쉽게 말해 소비자가 자신의 입맛대로 색상을 바꾸거나 냉장·냉동칸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는 개성넘치는 냉장고다. 코럴·핑크·민트 등 그동안 가전업계에서도 시도되지 않았던 화려한 색감에 무광이나 유광 등의 다채로운 패널 소재를 적용시켜 밀레니얼세대의 젊은 취향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가족 구성원 수나 생활패턴의 변화 등에 따라 냉장고를 늘리거나 줄이기도 하고 색상을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올해 전략 제품으로 비스포크를 내놓은 배경에 대해 김 사장은 “가전제품 시장에서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를 소비자 관점으로 전환할 때”라고 소개했다. 천편일률적이고 개성이 없는 평범한 제품에 실증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가장 나다운’ 냉장고를 구입할 수 있게끔 삼성전자가 돕겠다는 의미다.

이날 미디어데이 무대에 오른 김 사장도 코발트블루 계열의 푸른색 캐주얼 정장에 흰색 운동화를 매치해 나타났다. 화려한 색상과 개성넘치는 신제품을 공개하는 자리인만큼 김 사장도 슈트를 벗어던지고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비스포크는 김 사장이 제품 기획 단계부터 관여한 제품이라 관심이 그만큼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상반기 CE부문 생활가전사업부 산하에 신설한 ‘라이프스타일 랩’이 비스포크 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라이프스타일 랩은 삼성전자가 핵심 마케팅 대상으로 꼽은 밀레니얼 세대를 집중적으로 연구·분석하는 조직으로 소비심리학, 컴퓨터공학,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김 사장은 평소에도 그간 가전업계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아이디어와 제품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기로 유명하다”면서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읽으면서도 밀레니얼세대부터 고령층까지 모두 만족할 만한 제품을 내놓겠다는 목표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삼성전자가 Q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선보인 신개념 TV ‘더 세로’도 기존에 없던 TV 시장의 콘셉트를 확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 세로’는 세로로 긴 모바일 디스플레이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TV 화면을 세로로 길게 만든 스크린을 갖추고 있다. 마치 화면이 수십배로 커진 ‘초대형 스마트폰’을 떠오르게 하는 제품이다.

일각에서는 ‘더 세로’ TV나 ‘비스포크’ 냉장고 등이 개성을 존중하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지만 대중성과는 동떨어져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김현석 사장은 ‘개취(개인의 취향)’는 존중하면서도 대중성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실제 ‘더 세로’의 경우 기본 설정은 세로로 긴 화면이지만 TV 화면을 90도로 회전시켜 일반 TV와 동일한 형태로 감상할 수 있다.

비스포크 냉장고도 코럴, 옐로우, 민트 등 눈부시고 화려한 색상 외에 화이트·차콜·블랙 등 차분하고 무난한 컬러도 제공한다. 김 사장은 “내부적으로 확인해보니 화려한 색상에 대한 수요가 40% 수준이며 그레이, 차콜 등 일반 냉장고와 유사한 디자인과 색상이 절반 가량”이라면서도 “개인화를 지원하면서도 대중적인 감각도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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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장 사장이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생활가전 사업의 새로운 비전인 ‘프로젝트 프리즘(’Project PRISM)과 맞춤형 가전 시대를 여는 첫번째 신제품 비스포크(BESPOKE) 냉장고를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2019.6.4/뉴스1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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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모델이 나만의 제품 조합이 가능하고 색상·재질 등 나만의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 냉장고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19.6.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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