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매년 13조씩 투자한다는 ‘시스템반도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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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4일 14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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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논리작업 담당…AI·자율주행 등 ‘4차혁명’ 핵심
‘저장’ 기능 중심 D램·낸드 메모리 비중은 전체 3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스1 © News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스1 © News1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매년 13조원씩 총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24일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연산 및 정보처리 장치로 이해하면 된다.

이미 삼성전자가 수십년째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D램의 경우 메모리(Memory) 반도체의 대표 품목으로 단순 ‘데이터 저장’ 기능이 핵심인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에 저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산과 정보 입력을 수행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일상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갖고 있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현재의 대표적인 시스템 반도체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글로벌 스마트폰 AP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업계 1위 퀄컴은 지난해 총 164억달러(약 18조8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7위를 기록했다.

단순 매출 규모만 놓고보면 785억달러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회로 설계와 공정 개발만으로 수십조원의 로열티를 벌어들인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천문학적’인 수익이 예상된다.

시스템 반도체의 또 다른 강자는 대만의 TSMC를 꼽을 수 있다. 퀄컴이 반도체 제조설비 없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의 대표 업체라면 TSMC는 설계 기술 없이 위탁생산만 전담하는 ‘파운드리(Foundry)’의 1위 기업이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TSMC의 지난해 매출은 342억달러로 퀄컴의 2배 이상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연매출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TSMC에 이은 업계 2위가 됐지만 여전히 매출 격차가 큰 편이다.

이날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와 국내 팹리스 생태계 개방 등을 위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비전 2030’을 내놓은 것도 메모리에 비해 열세로 꼽히는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겨있기도 하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정보 저장 기능 외에 특별한 기능이 없다는 점에서 응용처 확산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정보 처리’와 ‘연산’ 기능을 바탕으로 앞으로 활용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분야로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를 꼽을 수 있다. 구글이 2016년 전세계에 공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도 1초에 수십만건의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CPU와 GPU 같은 시스템 반도체가 기반이 된 것이다.

아울러 삼성 외에 현대차,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전방 위험 감지와 실시간 ‘V2X 통신’ 등에 활용되는 센서와 중앙처리장치도 모두 시스템반도체에 해당된다.

삼성전자의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메모리 외에 파운드리와 팹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으로 낮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D램 가격이 급락하면서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도 메모리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시스템 반도체의 비중은 70%를 넘어선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3108억달러(약 357조원)에서 올해 3190억달러(약 366조5300억원)로 3% 성장이 예상된다. 시스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0.2%로 전년 66.3%보다 3.9%포인트 상승했다.

눈에 띄는 점은 WSTS가 올해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가 4545억달러로 전년 대비 3%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메모리 시장이 D램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14.2% 감소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올해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만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설명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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