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부터 버스까지… 中 전기차 ‘저가 공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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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서 ‘굴기’ 시도하는 중국


중국 전기자동차가 한국 시장을 소리도 없이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전기버스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먹어치웠다. 이제는 전기스쿠터 시장까지 진출할 예정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는 감히 넘보지 못했던 한국 시장에서 ‘전기차 굴기(崛起)’를 시도하는 것이다. 국내 신생 전기차 기업도 중국 업체와 손을 잡고 전기차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9일부터 열리는 ‘2019 서울모터쇼’에 중국 전기차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니우(NIU) 테크놀로지스’가 차량 2종을 내놓는다. 니우는 중국 장쑤성에서 2014년 설립된 전기스쿠터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43만 대를 팔았다.

니우는 올해 5000대의 전기스쿠터를 한국 시장에서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니우는 환경부의 전기이륜차 보급 대상으로 선정돼 대당 230만 원의 정부보조금이 지급된다. 370만 원대의 모델을 140만 원에 살 수 있어 국내 전기스쿠터보다 최대 10% 싸다. 니우의 한국 총판법인인 인에이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국내 대형 배달대행 플랫폼에도 납품 계약을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기버스 시장은 이미 중국 전기차 업체가 지난해 기준 4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비야디(BYD)는 제주, 중퉁(中通)자동차는 경기, 하이거는 서울 경남 등 사업 주력 지역도 제각각이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중국 제조사의 전기버스는 국내 차량과 비교해 최대 1억 원까지 싸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국산만 고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완성차 업체보다 강세를 이어왔다. 시장조사업체 EV세일즈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 상위 10위 중 5개사가 중국 기업으로 나타났다. BYD(22만9338대)는 미국 테슬라에 이어 2위에 올랐고 베이징자동차(16만5369대) 등이 뒤를 이었다. 프랑스에서 지난달 열린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 총회에서는 둥양(董揚) 중국자동차협회(CAAM) 부회장이 “OICA 차원에서 내연기관을 퇴출하고 전기차로 전환하는 내용의 정책 제언을 발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발언을 들은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가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유럽 등 해외로 나가기 전에 한국을 거쳐야 할 관문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부품사의 기술력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 안착하는 데 성공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한국 시장을 일종의 ‘테스트베드’ 형태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와 손을 잡는 국내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건원건설은 중국 쑹궈(松果)자동차와 합작해 SNK모터스를 세워 대구와 전북 군산에 전기차 반조립(CKD)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 기본적인 부품을 받아 국내 공장에서 배터리 등을 붙여 수출할 예정이다. 이르면 2021년부터 연 11만 대의 보급형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방우 건원건설 회장은 “생산 비용을 낮추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로 수출할 수 있는 실용적인 사업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중국#전기차#전기스쿠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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