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지방 경제… 집값 37개월째 추락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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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道 아파트값 역대 최장 내림세
거제 창원 군산 등 제조업 불황 여파… 건설사 분양포기-소비침체 이어져


지역 제조업 위기가 부동산 시장을 덮치면서 지방의 아파트 값이 37개월 연속 하락했다. 역대 최장 기간의 내림세다. 집값 하락과 미분양이 건설 경기 침체를 불러오고 이것이 다시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는 경기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8개도(경남·북 충남·북 전남·북 강원 제주)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6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3년 1개월째 줄곧 내렸다. 200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길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 석 달 연속(2008년 12월∼2009년 2월) 내린 것과 비교해 보면 침체의 늪이 더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3년간 지방 8개도의 아파트 값은 8.5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값이 15.81%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경남 거제시(―34.30%)와 창원시(―19.52%), 전북 군산시(―11.66%) 등 제조업 불황의 그늘이 깊은 지역의 집값 하락 폭이 특히 컸다. 지역 경제가 활력을 잃고 고용이 부진한 지역일수록 소득이 줄고 주택 수요도 감소해 집값이 추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GM 공장이 잇달아 문을 닫은 군산시에서는 ‘불 꺼진 헌 집’이 늘고 있다. 지방 건설사의 자금난이 심해짐에 따라 공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는 ‘분양보증 사고’도 나기 시작했다.

집값 하락과 경기 침체로 지역민들의 소비는 활력을 잃고 있다. 창원시의 택시기사 김모 씨(67)는 “창원에서 30년 넘게 살았지만 요즘 같은 불황은 처음”이라며 “낮에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2, 3번밖에 손님을 태우지 못하는 날이 있을 정도다. 회사들이 문을 닫고 집값까지 내리니까 사람들이 돈을 안 쓴다”고 하소연했다.

창원=주애진 jaj@donga.com / 군산=조윤경 / 세종=송충현 기자
#지방경제#아파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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