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이사회 의장서 물러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사회 독립성 강화로 투명 경영”… 신임 의장엔 염재호 고려대총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신임 이사회 의장은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맡기로 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다음 달 임기 만료와 함께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장동현 대표와 공동대표 체제로 맡고 있는 SK㈜의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2014년 3월까지 SK㈜의 사내이사였던 최 회장은 2016년에 복귀한 이후 3년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했다.

최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놓는 건 이사회와 경영진을 분리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이사가 경영진을 감시 및 견제하는 이사회 의장까지 겸임하면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SK㈜는 아예 대표이사 등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분리를 명문화하는 정관 변경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사회 의장은 무조건 사외이사가 맡도록 하는 것이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역시 이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해 3월부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모범적인 기업지배구조로 규정한 ‘글로벌 스탠더드’이기도 하다.

새로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되는 염 총장은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 의장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염 총장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로 지내다 2015년부터 총장을 맡고 있다. 총장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재계에서는 경영 경험이 없는 학자 출신이 SK㈜ 이사회 의장으로 내정된 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염 총장과 SK와의 오랜 인연이 의장직을 맡게 된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염 총장은 최 회장의 아버지인 고 최종현 회장이 사재로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장학생 출신이다. 지난해 8월 최 선대 회장 20주기 추모식에서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최 선대 회장과 가상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에 대해 SK㈜는 “신임 사외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최종 결정하는 건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와 이사회의 권한”이라며 “3월 5일 이사회에서 논의될 예정이고 현재로선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최태원#sk그룹#이사회 독립성 강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