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6개월로 절충…경제계 1년 요구는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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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19일 2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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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경사노위 브리핑실에서 탄력근무 관련 합의문이 발표된 후 대표장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회장,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2019.2.19/뉴스1 © News1
19일 오후 서울 경사노위 브리핑실에서 탄력근무 관련 합의문이 발표된 후 대표장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회장,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2019.2.19/뉴스1 © News1
경영계가 요구해온 1년 단위 탄력근로제가 6개월로 결론났다. 현행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3개월을 1년으로 연장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를 막자는 것이 경영계의 요구였지만 노동계 반발로 6개월로 절충됐다. 탄력근로제는 업무가 많은 주에는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대신 업무가 적을 때는 근로시간을 줄여 단위 기간 내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노사정(勞使政) 사회적 대화를 이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19일 저녁 진통 끝에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경영계가 요구한 탄력근로제 확대에 노동계가 양보하는 대신 휴식시간 의무화를 통한 건강권 보장, 임금보전 방안 마련 등 노동계의 요구가 반영되면서 극적 합의에 이르렀다.

이에 경제계는 즉각 공식논평을 발표하고 “노사정 합의에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재근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를 의미있게 평가한다”며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식 논평했다. 박 본부장은 대한상의를 대표해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논의과정에 사용자측 위원으로 참여했다. 박 본부장은 “앞으로 국회에서 노사정합의를 존중해 조속히 후속입법 조치를 완료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영계가 당초 요구한 1년이 아닌 6개월 단위기간 합의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탄력근로시간제 최대 단위기간이 선진국의 1년 보다 짧은 6개월로 연장되면서 기업애로 해소 효과가 반감되는 문제는 있지만,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가 각자의 입장에서 조금씩 양보하여 노사현안에 대해 합의를 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번 노사합의를 계기로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노사간의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국회는 이번 합의안을 바탕으로 탄력적근로시간제도 관련 보완입법을 조속히 완료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다만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노사간 대치는 여전하다.

지난해 7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기업 현장이 혼란을 호소하자 탄력근로제 논의가 지난해 말부터 뒤늦게 시작됐지만 노사간 이견을 좁히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민주노총 출신인 문성현 위원장이 총괄하는 경사노위의 인적 구성과 운영 방식이 ‘사회적 대화와 합의 도출’이라는 본래 취지와 맞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않게 나왔다. 친정부, 친노동계 인사가 장악한 경사노위 성격의 한계를 지적하며, 일각에선 경사노위의 무용론이 나오기도 있다. 경사노위에 불참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전날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반대하는 서한을 노동시장제도개선위원장에게 전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경제계는 탄력근로제가 최대 1년 단위로 인정돼야 개별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기업 경영활동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존 우리나라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은 2주~3개월이다. 노사 합의로 3개월 이내 기간에서 평균 법정근로시간(주 52시간)을 맞추면 된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근로시간단축 연착륙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를 고용노동부와 국회에 제출하며 기업환경 개선을 적극 요구했다.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생산성 증가로 뒷받침하려면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처럼 최대 1년까지 늘려 달라는 게 경제계의 호소다. 한경연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종업원 30인 이상의 기업 35.4%가 1년 단위 탄력근로제도를 활용한다.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도 1년 단위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국가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조선·건설 등의 업종은 6개월가량의 집중 근무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연장해야 유연 근로가 가능하다”며 “개별기업들이 노사 합의로 대응하려면 1년 단위 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 반도체, 바이오, 게임 등의 업종도 경쟁력의 핵심인 신제품 개발과 R&D(연구개발) 업무에 3개월 이상의 집중 근무가 필요하므로 3개월 단위의 현행 탄력근로제는 현장에선 유명무실하다는 것이 경제계의 주장이다.

경제계는 후속입법이 완료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돼 왔기 때문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기업이야 인사팀이 철저히 대비하며 법 시행을 준비해왔지만 여력이 되지않는 중소·중견기업들은 여전히 혼란이 크다”며 “보완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만 기업들의 불확실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가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을 우선하다보니, 이해관계가 첨예해 결론을 내기 어려운 굵직한 사회적 현안들을 경사노위에 넘기는 것에 대한 반발도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진보 성향이 절반 이상인 공익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애초부터 사회적 대타협이나 합의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공익위원들 구성이 바뀌고 사회적갈등은 그대로 반복될 것”이라는 회의론도 상당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문 기구인 경사노위를 사실상의 의결기구로 생각하겠다고 언급했지만 경사노위의 역할론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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