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수입 막히고 세액공제 없어져… 정유-석화업계 내우외환

  • 동아일보

이란 제재 다시 고삐 죄는 미국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7일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재개로 긴장감에 휩싸였다. 11월 2차 제재가 발동하면 값싸고 질 좋은 이란산 원유 수입이 원천 금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환경보전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하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리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이란산 수입 막히면 가격 인상 불가피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화학 기업들은 지난달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대폭 줄였다. 미국의 이란 제재 발동을 예상한 선제적 움직임이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7월부터 이란산 원유는 아예 수입하지 않는다”며 “다른 업체들도 신규 계약 체결은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제로 이란산 원유 수입이 금지될 경우다. 정부는 11월 4일 발동하는 원유 수입 금지가 포함된 제2차 이란 제재에서 한국을 예외국에 포함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2012년에는 예외국에 포함됐지만 현 트럼프 정부의 강경 노선을 감안하면 이번 협상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은 이 같은 협상을 위한 ‘성의 표시’ 차원에 가깝다.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1차 제재가 시작된 2012년 5615만 배럴에서 지난해 1억4787만 배럴로 약 3배로 늘었다. 금액으로는 약 8조 원어치에 이른다. 국내 기업들이 이란산 원유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란산 원유는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 등의 함유 비중이 높은 콘덴세이트(초경질유)가 많고 가격도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업계가 수입한 이란산 원유 중 콘덴세이트 비중은 74%(1억941만 배럴)를 차지한다. 국내 전체 콘덴세이트 수입의 60%에 이른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카타르는 물론이고 운송비가 많이 드는 남미 지역까지 콘덴세이트 수입처 다변화를 시도하며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산 수입이 아예 끊기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콘덴세이트 전체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란산 공급이 차단되면 시장 가격이 인상됨은 물론이고 가격 협상력도 크게 약화될 것”이라며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내년, 환경시설 세액공제 폐지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대기오염 방지나 폐수처리 시설, 탈황설비 등 환경보전시설의 투자세액공제를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한 것도 정유, 석유화학 기업들엔 적잖은 부담이다. 2010년 대기업 기준 10%였던 공제율은 2014년 3%로 줄었고 올해부턴 1%로 낮춰졌다. 내년엔 아예 폐지된다.

올해만 LG화학 2조6000억 원, GS칼텍스 2조 원, 현대오일뱅크 2조7000억 원 등 최근 대규모 투자에 나선 국내 기업들은 투자세액공제가 폐지되면 매년 수백억 원씩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 같은 비용을 줄이려면 환경투자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세액공제율이 10%였던 2012년 국내 기업 환경보전시설 투자금은 1조2308억 원이었지만 3%로 줄어든 2014년부터는 8000억 원대로 급감했다.

화학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환경보전시설 세액공제 혜택을 줄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세액공제를 늘려 환경시설 투자를 유도하고 환경 개선에도 일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이란산#수입#세액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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