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타계… LG그룹 향후 승계 작업 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0일 1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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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 회장이 18일 별세하면서 LG그룹 후계구도 준비 작업도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LG 이사회는 이미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양자)인 구광모 LG전자 ID(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을 ㈜LG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구 상무를 중심으로 한 LG그룹 ‘4세 경영 체제’의 첫 걸음을 시작한 셈이다.

LG그룹 및 재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구 상무는 그룹 내 6명의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과 함께 새 경영체제 구축 작업을 곧 시작할 전망이다.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LG그룹 핵심 사업을 이끌고 있는 6명의 전문 경영인이 4세 경영 체제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구 상무는 6월 29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LG그룹 지주회사인 ㈜LG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LG 이사회를 통해 그룹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LG를 비롯해 LG그룹 계열사 모두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체제를 유지하되 구 상무를 그룹 경영의 최고 자리에 올려놓는 작업을 곧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상무는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아들이다. 구 상무는 만 26세 때인 2004년 아들이 없는 고인의 양자로 입적됐다.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LG그룹은 고(故) 구인회 창업회장에 이어 장남인 구자경 명예회장(93)이 70세까지 그룹 경영을 맡았다. 이후 구 명예회장은 장남인 고인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LG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딸이나 며느리는 경영일선에서 배제시키고 장자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전통을 지켜왔다. 구 상무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되면 구본무 회장을 도와 ‘형제경영체제’를 만들어왔던 구본준 부회장은 계열 분리 또는 독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1978년생인 구 상무가 경영 수업을 받을 동안 구 부회장이 LG그룹 사업을 총괄하면서 ‘징검다리’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형제 및 형제의 자손들은 계열분리를 해왔다. LS그룹, LIG 등이 대표적 사례다. 구인회 LG 창업주 바로 아래 동생인 구철회 명예회장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를 그룹에서 독립시켜 LIG그룹을 세웠다. 여섯 형제 중 넷째부터 막내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형제는 2003년 계열분리를 통해 LS그룹을 세웠다.

후계구도가 정해졌지만 아직 지분 문제는 남아 있다. 구 상무는 ㈜LG 지분 6.24%를 보유해 구본무 회장(11.28%), 구 부회장(7.72%)에 이은 3대 주주다. 구 상무는 구 회장 또는 가족의 지분을 증여 또는 상속의 형태로 물려받아 LG의 최대주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소유한 LG 지분 3.45%까지 물려받을 수도 있다. 다만 상속 규모가 30억 원 이상일 경우 50%의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크다는 점은 숙제로 남는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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