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 이름 안버리고 품질로 신뢰 회복… 두번 실수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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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김영식 前회장 이어 경영 맡은 이승우 천호엔케어 대표

이승우 천호엔케어 신임 대표는 인터뷰에서 “천호라는 브랜드 뜻이 ‘하늘 아래 좋은 것만’”이라면서 “좋은 재료로 고객들에게 차별적 가치를 제공해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승우 천호엔케어 신임 대표는 인터뷰에서 “천호라는 브랜드 뜻이 ‘하늘 아래 좋은 것만’”이라면서 “좋은 재료로 고객들에게 차별적 가치를 제공해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두 번 실수하면 시장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피하지 않겠습니다. 좋은 제품으로 정면 돌파해 소비자에게 다시 인정받겠습니다.”

이제 갓 직책에 오른 외부 출신 신임 대표에겐 꺼림칙할 수 있겠지만 “큰 타격을 입은 회사를 어떻게 살릴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중소기업으로 한때 승승장구하다가 우여곡절을 겪은 천호엔케어(옛 천호식품) 이승우 대표(58) 이야기다.

지난해 7월 아워홈 대표이사를 그만두고 천호엔케어로 자리를 옮긴 이 대표를 10일 만났다. 그는 “작년에 처음 와보니 회사 매출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직원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회사 상황이 심각해 이를 타개할 전략을 짜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었고 이제 그 전략을 짰다. 꼼수가 아닌 좋은 제품으로 정면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꼼수 아닌 좋은 제품으로 정면승부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구수한 사투리를 섞은 창업주의 TV광고가 히트를 치며 한 해 777억 원의 매출을 냈던 천호식품의 암흑기는 2016년 찾아왔다. 창업주인 김영식 전 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촛불집회 비판 발언을 올리자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고 원료가 허위 표기된 제품이 유통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은 등을 돌렸다. 지난해 1월 김 전 회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회장직을 사임하고 경영권을 최대 주주인 카무르파트너스에게 넘겼다. 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달부터 사명은 ‘천호엔케어’로 바꿨다.

유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인 이 대표는 회사의 잘못을 숨기거나 회피하는 꼼수 대신 정공법을 택했다. 부정적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건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겐 등 돌린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사업영역 확장을 위해 식품을 엔케어로 바꿨지만 천호라는 이름을 그대로 둔 것도 오직 제품으로 다시 신뢰를 얻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천호는 원래 정말 좋은 원료를 쓰는 회사였는데 해서는 안 될 실수를 했다”면서 “보여주기 식의 변화가 아니라 좋은 제품으로 다시 인정을 받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지역 특산물 활용해 젊은층 적극 공략

이 신임 대표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웰빙이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열풍 등이 건강기능식품 시장 확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과거에는 50, 60대만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었지만 지금은 젊은층과 아이들도 먹는 트렌드가 생겨났다”면서 “중장년층만을 공략한 기존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20, 30대 젊은층과 어린이들에게 맞는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천호엔케어는 젊은층을 겨냥한 브랜드 ‘하루활력’을 론칭했다.

좋은 재료를 내세운 회사답게 지역 특산물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지나치게 홍삼에 치우친 면이 있다”면서 “진도 울금, 남해 마늘같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상담 위주였던 유통 채널도 온라인 등으로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화상담 등 기존 전통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제품을 적극 선보일 것”이라면서 “젊은층에게 우리의 좋은 제품을 알리기 위해 SNS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뜻도 밝혔다. 이 대표는 “본업을 제대로 안 하면 망하지만 본업만 해도 망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앞으로 뷰티기업과 협업해 화장품 산업 등 관련 산업으로 진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 내내 할 일이 산더미라고 말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정직과 신뢰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워 고객들에게 진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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