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용은 내가 제격”… 초소형 전기차 3파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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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정식 車분류에 편입

① 지난해 6월부터 판매된 르노삼성자동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제주도 도로를 달리고 있다. ② 국내 중소업체인 대창모터스는
 이달 온라인몰을 통해 ‘다니고’ 예약 판매를 실시했는데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③ 중소기업 캠시스가 개발한 
‘PM-100’은 지난해 12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회사를 방문해 시승한 초소형 전기차다. 각 업체 제공
지난해 6월부터 판매된 르노삼성자동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제주도 도로를 달리고 있다. 국내 중소업체인 대창모터스는 이달 온라인몰을 통해 ‘다니고’ 예약 판매를 실시했는데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중소기업 캠시스가 개발한 ‘PM-100’은 지난해 12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회사를 방문해 시승한 초소형 전기차다. 각 업체 제공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는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기준을 정했다. 총무게 600kg 이하, 속도 시속 80km 이하, 배기량 250cc 이하, 길이 3.6m 이하, 너비 1.5m 이하, 높이 2.0m 이하인 전기자동차를 초소형 전기차로 구분한다. 이와 같은 기준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은 입법 예고 후 현재 의견 수렴 중이다.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개정령안은 6월부터 시행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된 만큼 생산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판매 촉진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연히 구매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초소형 전기차 대중화 원년이 될 것이며 곧 도로에서 어렵지 않게 초소형 전기차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초소형 전기차가 기존 자동차 분류 체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동안 출시되지 못했다”며 규제 혁신이 필요한 사례로 들었다.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기준을 정하기 전까지 초소형 전기차는 2016년 7월 ‘해외에서 안전·성능 기준을 충족한 초소형 전기차는 운행 가능하다’는 특례 조항이 신설된 후 판매가 가능해졌다.

특례 조항이 신설되고 르노삼성자동차 ‘트위지’가 나왔다. 트위지는 현재 국내 도로를 달리는 유일한 양산형 초소형 전기차다. 지난해 6월 판매가 시작되고 연말까지 691대가 팔렸다. 이 중 65%인 450대가 일반 개인 고객이 구매했고 나머지 35%(241대)는 렌터카 업체, 일반법인, 개인사업자 등이 업무 용도로 샀다. 다른 자동차에 비해 업무용 구매 비율이 높은 편이다. 초소형 전기차는 가정에서 쓰는 220V 콘센트에 연결해도 충전이 가능하다. 따로 충전 설비를 갖출 필요가 없고 충전 비용도 적은 장점 덕분에 배달 업무용으로 쓰겠다는 수요가 많다.

초소형 전기차의 가장 큰손 고객으로 떠오른 곳은 다름 아닌 우체국이다. 우정사업본부는 현재 세종우체국에서 초소형 전기차 4대를 시운전하고 있다. 아직은 배달용으로 쓰지는 않고 시운전만 하고 있지만 상반기 중 50대를 배달 업무에 투입한다. 하반기에 1000대, 내년에는 4000대, 2020년에는 1만 대의 초소형 전기차를 배달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1만4000여 대인 배달용 오토바이를 모두 초소형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우체국에 초소형 전기차 1만 대 이상을 공급할 업체가 어디가 될지 대기업은 물론 전기차 생산 중소기업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

전기차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초소형 전기차 기술 개발에 기여한 것도 배달용 카트였다. 2014년 12월 한국야쿠르트는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끌거나 밀던 카트를 냉장 기능을 갖춘 전동식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까지 7000여 대가 보급됐는데 이를 개발한 곳이 중소업체인 대창모터스다. 전동카트는 시속 8km에 불과하지만 방향지시등도 있고 후진도 가능하다. LG화학의 배터리가 쓰였다. 골프장 카트 전문 제조업체였던 대창모터스는 야쿠르트 전동카트를 제작하며 전기차 기술력을 배가시켰다. 그리고 자체 기술력으로 초소형 전기차 ‘다니고’를 개발했다.

대창모터스는 이달 10일 온라인몰 티몬과 함께 다니고 100대 예약판매를 진행했다.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하루도 안 돼 모두 팔았다. 추가 물량 200대도 하루 만에 완판했고 2차 예약판매도 시작했다. 예약된 차량은 4월부터 고객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대창모터스뿐만 아니라 초소형 전기차 대중화 시대의 주역이 되겠다는 중소업체들이 곳곳에 있다. 지난해 12월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전기차 분야 모범 중견기업으로 방문한 캠시스는 상반기 중으로 초소형 전기차 ‘PM-100’ 양산형 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판매에 돌입한다. 캠시스는 전남 영광군과 전기차 양산을 위한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초소형 전기차는 대중교통이 열악한 농촌 지역이나 지방 중소도시에서 효율적인 이동수단으로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초소형 전기차 대중화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과제도 있다. 현재 기준으로 초소형 전기차는 올림픽도로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할 수 없다. 최대 속도가 시속 80km가 안 돼 다른 차들의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경찰 측에서 불허하고 있다. 6월 초소형 전기차 기준이 최종 확정돼도 마찬가지다. 기술 수준을 높여 최대속도 시속 80km를 넘길 수 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초소형 전기차로 분류되기 어렵다.

초소형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초소형 전기차 대중화에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은 필수다. 시장 확대와 안전 강화를 조화시킬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전기차#배기량#자동차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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