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한마디에 주가 출렁… 외국계IB에 휘둘리는 한국 증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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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 삼성전자 하향전망에 27일 코스피 1.44% 도미노 하락
10월엔 셀트리온-SK하이닉스도 부정적인 보고서에 희생양 돼
외국인투자가 신뢰 바탕 막강 파워… “공매도 노린 평가절하” 의심도

외국계 투자은행(IB)이 낸 보고서 하나가 국내 주식시장을 들었다 놨다. 모건스탠리가 26일(현지 시간) 삼성전자에 대해 내놓은 부정적인 투자보고서가 그 주인공이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이 곧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주가 하락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는 290만 원에서 280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여파로 삼성전자는 27일 전날보다 5.08%나 하락했다. 시가총액 343조 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의 주가가 5% 넘게 흔들린 건 매우 이례적이다. 28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22% 오른 266만4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전날 하락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양새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가 급락 영향으로 27일 1.44% 하락했던 코스피도 28일 0.25% 오른 2,514.19에 장을 마치며 반등에 성공했다.

외국계 IB의 보고서에 따른 주가 충격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지난달 19일에는 모건스탠리가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에 대해 ‘해외시장 진출 목표가 과도하다’는 의견을 내자 셀트리온 주가는 하루 만에 8% 넘게 급락했다. 모건스탠리가 제시한 셀트리온 목표주가는 8만 원으로 당시 주가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이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2월과 10월 UBS, CLSA 등이 부정적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주가 급락을 겪었다.

외국계 IB 리포트가 가진 파급력은 개별 종목에 그치지 않는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모건스탠리의 ‘아시아를 떠나라’ 보고서와 홍콩 페레그린증권이 낸 ‘지금 당장 한국을 떠나라’ 보고서로 달러 대출의 만기연장까지 막히면서 한국 경제는 결정타를 맞았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됐다.

매수 일색인 국내 증권사 리포트에 비해 부정적인 매도 의견을 내는 외국계 IB 리포트에 대한 시장 신뢰는 높다. 국내 상장사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객관적인 분석에 따라 투자 의견을 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투자가들의 경우 한국 리포트를 받아보기 쉽지 않아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매도 물량을 대거 보유한 외국계 IB들이 부정적 보고서로 주가 하락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되갚는 투자기법이다. 이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수록 더 많은 차익을 얻는 투자방식이다.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포털에 따르면 27일 하루 삼성전자 공매도 거래대금은 253억 원으로 전 거래일(38억 원)의 6배가 넘었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연구원마다 투자 의견은 다를 수 있다. 다만 외국계 IB 리포트 하나에 휘둘리는 국내 증시의 취약점과 국내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낮은 신뢰도 문제는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ib#주가#코스피#모건스탠리#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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