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2월부터 건설사가 재건축 조합원들의 이사나 이주비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수주전에서 금품을 살포한 건설사는 2년간 모든 정비사업 입찰에서 퇴출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의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 전면 개선방안’을 확정해 30일 발표했다.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경쟁 과열에 따른 금품 살포 논란까지 일으킨 데 따른 조치다.
○ ‘7000만 원 이사비 지원’ 불가능해진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우선 건설사들은 재건축 입찰 과정에서 이사·이주비 지원이나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등과 관련한 금전 지원을 조건으로 내걸 수 없게 된다. 설계, 공사비, 인테리어 등 시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내용으로 수주전을 치러야 한다. 이를 어기면 입찰 자체가 무효화된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달 반포주공1단지(서울 서초구 반포동) 입찰 때 가구당 7000만 원의 이사비 지원을 공약했던 현대건설에 강제 시정명령을 내렸다. 앞으로도 이런 양상이 나타날 수 있어 이번에 관련 고시를 고쳐 12월부터는 금전 지원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조합이 자체적으로 실비 수준의 지원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 상한선은 국토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토지보상법을 적용해 전용면적 66∼99m² 기준 주택은 154만9930원을 상한으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가 과장된 사업계획을 제시하는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다. 시공사는 특화설계 등 기존 설계안과 다른 대안설계를 낼 때 추가공사비와 구체적인 시공방법, 자재 등을 밝혀야 한다.
○ “‘전(錢)의 전쟁’ 아닌 품질경쟁 유도”
그동안 아웃소싱(OS) 홍보요원들이 홍보 단계에서는 조합원을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기념품 등을 나눠주던 관행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10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거나 해당 직원이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시공권 박탈’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2년간 재건축 재개발 등 다른 정비사업 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된다.
홍보요원의 대면(對面) 홍보는 회사마다 1곳의 홍보부스에서만 허용된다. 다만 이곳에서도 사전에 조합에 등록한 직원만 가능하다. 미등록 홍보요원이 조합원 가정을 방문하는 등의 불법 홍보활동이 3회 이상 적발되면 입찰이 무효 처리된다.
계약단계에서는 공사비가 입찰제안 때보다 10% 이상 늘어날 경우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이 적정성 검토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시공사 선정 후 계약 단계에서 건설사가 공사비를 과도하게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외에도 조합장 등 조합임원을 청탁금지법(이른바 ‘김영란법’) 적용 대상으로 추가하기 위해 다음 달 도시정비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강태석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이사비 같은 금전 지원이 아닌, 시공 품질로 승부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뿌리 깊은 불법 경쟁 관행이 이번 조치만으로 사라질지는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신고포상제도 등을 대폭 강화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금품 제공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