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銀 맞서 고객지키기 나서
신한-국민 등 모바일전용 대출… 카카오-K뱅크와 비슷한 상품 내놔
‘가계부채 죄기’ 정부정책 역행… 사회초년생 빚더미 내몰릴 우려
직장인 이모 씨(28)는 지난달 말 한 시중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연 5%대 금리로 2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약관·동의서 내용 확인 등 대출 승인이 나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 씨는 “마이너스 통장을 이미 받아서 또 대출이 승인될 줄 몰랐다. 모바일로 쉽게 받을 수 있어 생활 자금으로 쓰려고 좀 넉넉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쉬운 대출’ 바람이 시중은행까지 번졌다. ‘60초 대출’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내놓은 모바일 신용대출 상품들이 인기를 끌자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비슷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은행들의 이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이 신용관리가 미숙한 20대들을 중심으로 연체, 상환 불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8일 모바일 전용 대출 상품 ‘포켓론’을 선보였다고 7일 밝혔다. 신한은행 앱을 통해 24시간 언제든지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대출 절차를 간소화해 3분이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모바일 대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절차를 대폭 줄인 ‘쉬운 대출’을 내놓은 것이다. 최고 한도는 500만 원, 최저 금리는 연 3.01%다.
KB국민은행도 소득 증명 없이 비대면으로 대출받을 수 있는 ‘KB리브간편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최대 300만 원을 연 4.68∼5.08% 금리로 빌릴 수 있다. KEB하나은행도 SK텔레콤과 합작한 ‘핀크’ 플랫폼을 통해 이달 중 비상금 대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의 이 같은 상품들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가 예상보다 크게 인기를 끌자 고객 지키기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출범 이후 무담보·무서류·무방문의 ‘3무(無)’ 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60초면 대출받을 수 있는 비상금 대출 상품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현재 카카오뱅크에서 나간 대출 중 절반 이상은 소액 대출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이제 은행 서비스도 편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비슷한 상품이라도 내놓지 않으면 이탈 고객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쉬운 대출이 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 조이기에 나선 정부 정책과 상반된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가계부채는 1400조 원을 넘어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이 중 신용대출은 생활자금으로 사용되고 상환 담보력이 떨어지는 ‘질 나쁜 빚’으로 꼽힌다. 부실 위험성이 크다는 의미다. 소액이지만 이자가 높아 연체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특히 신용 관리에 미숙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이를 이용했을 경우 상환 불능에 빠지는 ‘빚의 구렁텅이’로 내몰릴 수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이 올해 초 연령대별 연체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5년 6월 기준으로 대출이 있는 사람 중 1년 후 연체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은 25세(2.3%)였다. 35세(1.9%), 45세(1.5%) 등이 뒤를 이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을 신청하면 대출금을 찾지 않아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모바일 대출에 대한 초기 시장 선점 때문에 은행들 간 경쟁이 심해진 측면이 있다”며 “인터넷은행, 시중은행 모두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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