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硏 세제개선 공청회
세원 파악 쉬워져 필요성 약화… 다른 세금과의 형평성 등도 고려
“상속, 증여보다 유리” 지적도
상속·증여세를 자진 신고하면 일정액을 깎아주는 신고세액공제의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급격한 제도 변화로 인해 세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개최한 ‘상속·증여세제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강성훈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신고세액공제제도의 필요성이 약화됐으며 축소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소득세 법인세 등 다른 세금에는 이런 공제제도가 없는데 상속세에만 혜택을 줄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 전체 피상속인의 2%만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제도를 축소해도 고액 자산가의 세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차명계좌 제재 강화, 부동산실명제 등으로 국세청이 세원(稅源)을 파악하는 게 과거보다 쉬워진 만큼 굳이 자진 신고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는 이유가 크다.
실제로 이 제도를 통해 1인당 공제받은 금액은 과세표준 기준 500억 원 넘게 물려받은 이들이 가장 컸다. 과표 500억 원 초과 피상속인의 1인당 상속세 공제금액은 57억9500만 원이지만 과표 5억 원 이하 피상속인의 공제금액은 400만 원에 불과하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해도 세금 공제 혜택이 지나치게 부유층에 치중됐다.
신고세액공제는 상속·증여세 자진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1982년 도입됐다. 상속이 이뤄진 지 6개월 이내, 증여가 시작되고 3개월 이내에 세무서에 자진 신고하면 납부 예정 세금의 7%를 깎아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신고세액공제를 7%에서 3%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토론자로 나선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신고세액공제가 ‘인센티브’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면서도 “제도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면 부담이 너무 클 수 있기 때문에 세 부담을 유예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부연구위원도 “한국의 상속·증여세율이 외국에 비해 높은 상황에서 신고세액공제가 세 부담을 일부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자발적 신고에 대한 인센티브 역할도 있기 때문에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상속세가 증여세보다 세 부담이 가볍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준규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속세보다 증여세 부담을 낮추면 부의 이전이 빨라지고 소비도 늘어날 수 있으니 시도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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