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랑 강모 씨(32)는 부동산 매물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하루에도 수십 차례 뒤진다. 4년차 직장인 강 씨와 여자친구가 모은 결혼 자금은 6000만 원 남짓. 서울 시내 20평 이하 소형 아파트나 빌라 전세 보증금은 최소 2억 원. 강 씨는 “부모님 도움을 받고 은행 대출을 최대한 받을 계획”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몇 년간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신혼집 마련 비용이 과거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5∼49세 기혼여성 90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5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에 따르면 20여 년 전보다 신혼부부가 지출한 평균 전세 보증금은 4.3배, 주택 구입비는 2.1배나 올랐다.
1994년 이전 결혼한 부부가 전셋집을 구하는 데 쓴 비용은 평균 2339만 원이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 4000만 원 미만이던 평균 전세 보증금은 2000년대 중반부터 급증했다. 2000∼2004년 결혼한 부부는 평균 4646만 원을, 2005∼2009년에는 7128만 원을 썼다. 2010∼2015년 평균 전세 보증금은 9950만 원으로 1억 원에 육박했다. 약 20년간 전세 보증금이 4.3배로 오른 것.
주택 구입비도 올랐다. 1994년 이전에 평균 7364만 원이던 신혼부부의 주택 구입비는 △1995∼1999년 8519만 원 △2000∼2004년 1억1164만 원 △2005∼2009년 1억3360만 원 △2010∼2015년 1억5645만 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같은 기간 월세 보증금 역시 565만 원에서 1969만 원으로 3.5배로 늘었다.
20년간 물가가 올랐지만 신혼집 마련 비용 증가폭은 더 가팔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소비자물가지수를 100으로 놓고 비교하면 1994년의 소비자물가지수는 52.5다. 2015년 물가가 1994년의 1.9배 수준이라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한다는 건 옛말이 됐다. 신혼집 마련 비용을 보태는 여성 비율은 21.4%(1994년 이전)에서 30.8%(2010∼2015년)로 늘었다. 이를 위해 대출을 받은 여성도 8.7%에서 37.4%로 4배가량으로 늘었다.
신혼집 마련을 위해 시댁, 친정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을 받는 비율은 1994년 이전 각각 25.2%와 2.9%였으나 2010∼2015년에는 38.2%와 5.1%로 증가했다. 보사연은 “주택가격이나 전월세 보증금이 늘면서 남성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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