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사이트 회원 피해땐 운영자에 책임 묻는다

  • 동아일보

공정위, 14곳 불공정약관 시정명령


대학생 박모 씨(21·여)는 올해 초 인터넷 여행 소개 공유사이트를 통해 20만 원 상당의 당일 유럽 현지 가이드 투어를 예약했다가 낭패를 봤다. 여행인솔 경험이 풍부한 현지 유학생이 가이드를 맡는다는 홍보와 달리 언어도 서툰 교민이 인솔자로 나왔기 때문이다. 박 씨는 “항의 메일을 보냈지만 회사 측은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약관 조항을 들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지식·재능 공유사이트에 이 같은 허위 정보가 올라와 고객이 피해를 볼 경우 운영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회원이 올린 게시물을 사전 동의 없이 회사 홍보 등에 이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 ‘공유경제’에 돋보기 댄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는 사람인HR(구인·구직플랫폼), 프렌트립(아웃도어 레포츠 중개업체) 등 14개 지식·재능 공유서비스 사업자의 이용 약관을 심사해 8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지식·재능 공유서비스는 개인, 회사 등의 재능 거래를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자동차, 집 등을 자신이 쓰지 않을 때 빌려주는 공유경제 사업 모델을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로 확대한 것이다. 동영상 강의를 중개하거나 동아리 모임을 주선하는 게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여행 가이드, 과외수업 등 다양한 서비스를 대상으로 공유서비스가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무형(無形) 서비스 공유에 대해서는 그동안 이렇다 할 표준약관이 없어 사업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일방적으로 약관을 만들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강요했다.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단순히 중개만 한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워 부실 서비스에 대해선 책임도 지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위는 문제가 있는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사이트를 관리할 책임이 사업자에 있다고 봤다. 소비자들은 사업자가 판매자에 매기는 신뢰등급 등을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올린 사진 등을 업체가 사전 동의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한 조항도 개정했다. 그동안 사업자들은 판매자들이 올린 상품 소개 및 이용 후기를 업체 광고에 갖다 쓰는 경우가 많았다. ‘여행 중 촬영되는 영상은 회사에 귀속된다’는 내용의 약관을 만들어 근거로 들이밀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런 약관이 저작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회원의 저작권이 보장되도록 바꿨다.

○ “온라인 중개 플랫폼 감시 강화할 것”

공정위는 온라인 상품 중개 사이트 전반으로 감시망을 넓힐 계획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 모델인 이들이 공정거래법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숙박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의 위약금 부과기준이 과도하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최근에는 직방 다방 등 모바일 부동산 중개서비스 사업자가 허위매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역시 온라인 공동구매 중개서비스 등의 거래 관행을 투명화하겠다고 밝혀왔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온라인 직거래장터)이 입점 업체에 부과하는 판매 수수료율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중규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온라인 상품 구매 플랫폼들은 중개업체라는 이유로 소비자 피해에 눈감는 경우가 많았다”며 “공유경제와 같은 새로운 사업모델에 대한 약관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공유사이트#불공정약관#운영자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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