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코스트 다운 밸류 업]요양병원 2곳 식단 통일해 공동구매… 식자재비 35% 아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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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료재단의 비용혁신 운동

전국에 요양병원들이 넘쳐나고 있다. 2002년 말 50여 개에 불과하던 전국의 요양병원 수가 매년 몇백 개씩 증가하더니 2017년에는 1400개를 넘어섰다. 당분간 요양병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생존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요양병원은 일반병원과 달리 행위별수가제(진료할 때마다 따로 가격을 매기는 제도)가 아니라 포괄수가제(진료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만을 부담하는 제도)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되는 환자당 수가가 정해져 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요양병원은 환자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환자당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만 고민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지방의 중소도시 두 곳에서 각각 300병상, 250병상 규모의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의료재단도 비용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다. 거동이 불편한 입원 환자들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며 의료서비스를 개선해 ‘존엄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지만 비용 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 간병을 하자니 간호 인력 증가에 따른 인건비 상승 폭이 컸다. 더 깨끗한 병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환자복, 침대시트 등을 자주 갈다 보니 의료 소모품 구입비나 세탁비도 증가했다. A의료재단은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 말 비용혁신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조직 구성원들은 보통 나에게 주어졌던 혜택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싶어 비용절감 운동을 반기지 않는다. A의료재단은 이러한 직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비용혁신 운동 추진 전에 다음과 같이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의료서비스의 질 하락이 아닌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비용을 낮춘다. 둘째, 직원들의 노력을 통해 절감되는 금액은 모두 환자 서비스의 질 향상과 직원 복지를 위해 사용한다. 셋째, 인력을 줄이거나 급여를 삭감하는 방식의 비용 절감은 추진하지 않는다. 최고경영진은 이 같은 원칙들을 전체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알리고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전파했다.

하지만 워낙 인건비 비중이 크다 보니 인건비를 건드리지 않고 비용 혁신을 진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A재단은 그동안 따로 관리되던 두 병원의 구매 및 사용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했다. 의약품, 의료소모품, 일반소모품 및 식자재 등 주요 구매 항목뿐만 아니라 전기료, 세탁비, 청소비 등 기타비용 항목을 망라해 병원별로 구매업체별 품목, 단가, 구매량, 구매조건 등을 파악했다. 또 병동별, 진료과목별, 간병사별 환자당 구매비 및 사용량을 계산한 후에 이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구매비용이나 사용량의 절감 가능성 및 절감 규모를 추산했다. 그 후 A의료재단은 가장 먼저 두 병원 간 식단을 통일했다. 이로써 두 병원의 구매 식자재가 같아졌고, 구매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할인을 요구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또 수년간 하나의 업체만을 통해 납품받던 것을 복수의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게 되면서 구매단가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A의료재단은 연간 10억 원의 식자재 구입비 가운데 무려 3억5000만 원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재단의 사례는 비용이란 단순히 절감의 대상이 아니라 혁신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재단은 두 병원의 구매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을 뿐만 아니라 조직의 구매 역량도 키웠다.

이상화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 sangwha@handong.edu
정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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