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제2금융권 가계대출 또 통계 오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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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잔액 월 12조 부풀려져”… 3월 저축은행 오류 이어 혼란 초래
금융당국은 통계 믿고 관련 규제 강화… “한은 통계 공신력 흔들려” 비판 목소리


지난달 ‘저축은행 통계 오류’로 혼란을 빚었던 한국은행이 또다시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통계를 전면 수정했다. 최근 1년여간 비(非)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월평균 12조 원 이상 부풀려졌던 것을 바로잡은 것이다. 한은의 통계 공신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12일 ‘3월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하면서 2015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의 가계대출 통계를 수정했다. 가계대출 총액은 종전과 같지만 총액을 구성하는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의 수치를 모두 변경했다.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그동안 일부 비은행 기관이 주택이 아닌 부동산담보대출 등을 주택담보대출로 잘못 포함시켜 왔다. 이를 이번에 기타대출로 재분류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실제보다 부풀려진 반면 기타대출은 과소 집계됐던 것이다. 또 2015년 12월 이전의 비은행 가계대출 통계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의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오류를 정정하지 못했다.

이번 통계 수정으로 비은행권의 월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종전보다 평균 4200억 원 이상 줄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월평균 12조6000억 원 넘게 감소했다.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대출 잔액은 16조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문제는 그동안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고 판단해 관련 규제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은행 대출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도입으로 제2금융권으로 대출자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심해졌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상호금융권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확대했고 최근엔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사실상 대출 총량 규제에도 나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대출 통계는 정부 금융정책의 기초가 되는 만큼 면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상당 기간 통계 오류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근 한 달 새 한은이 공식 발표하는 제2금융권 가계대출 통계에서 연이어 허점이 드러난 것이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은은 지난달에도 올해 1월 ‘영리성 자금’이 포함된 저축은행 가계대출 통계를 발표했다가 뒤늦게 수치를 수정하고 담당자들을 문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충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비은행권은 전산시스템 미비로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한은#가계대출#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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