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한번도 안해본 2030 청년
2월 11만2000명 사상 최고치… 채용 위축-공시족 급격히 증가 탓
취업준비생 이모 씨(28·여)는 올해로 5년째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입사지원서를 넣고 있다. 대학 4학년 때부터 휴학, 졸업유예, 대학원 진학, 논문 제출 연기 등으로 사회 진출을 미루면서 도전했지만 그를 불러주는 회사는 없었다. 이 씨는 “딱 하루만이라도 번듯한 회사에 다니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며 낙담했다.
청년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한 번도 취업해보지 못한 20, 30대 청년의 수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취업 장수생’도 급증하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취업 경험이 전무(全無)한 20, 30대 실업자는 11만2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1999년 6월 이후 17년 8개월 만에 최대였다. 지난해 2월(10만6000명)보다는 5.7% 늘었고,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7만3000명)과 비교해도 35%가량 많은 수치다.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구직에 나선 사람 가운데 주당 1시간 이상 일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취업 무경험 실업자가 이처럼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경기 불황에서 찾을 수 있다. 중소기업 등의 일자리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구직자들이 공공 부문과 대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일자리는 구직 경험보다 고(高)스펙 구직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취업준비생들은 믿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공시족’이 늘어나면서 인턴 등의 사회 경험을 애초부터 포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구직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6개월 이상 직장을 찾지 못한 실업자 수는 2월 12만2000명으로 2001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많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연초부터 대거 구직에 나서고 있지만 민간기업 채용이 위축되면서 청년층 실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정부와 대학이 연계해 청년들에게 적절한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어 “업종·업태별 구인 수요와 구직자들의 전공·연령별 현황을 세밀히 집계해 일자리와 청년들을 연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