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하는 한국 금융]함께 날아가는 새들처럼… 소외된 이웃 보살피는 한국 금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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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은 사회 구성원들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저서 ‘새로운 금융시대’에서 금융의 본질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금융을 뜻하는 영어 ‘파이낸스(finance)’가 목표를 뜻하는 라틴어 ‘피니스(finis)’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권의 사회공헌 패러다임도 새로운 금융시대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단순하게 소외계층을 돕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본업인 ‘금융’과 연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별화된 나눔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은행과 보험 증권 카드사들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금융 지원에서부터 미래 세대를 위한 금융 교육까지 발 벗고 나섰다. 해외 시장 공략에 발맞춰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선보인 ‘사잇돌대출’에 대해 “따뜻한 금융의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다. 사잇돌대출은 그동안 고금리 대출을 이용해야 했던 중·저신용 서민들에게 중금리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금융사들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비전을 제시하며 금융 소비자와 사회적 약자 곁으로 바짝 다가서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을 그룹의 미션으로 정해 다양한 서민금융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의 ‘새희망 적금’은 최고 연 4.5% 금리로 저소득층의 목돈 마련을 돕는다. 신한카드는 카드 사용액의 0.5%를 포인트로 적립해 고객이 원하는 곳에 기부할 수 있는 ‘신한 아름다운 카드’를 내놓았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맞춰 중소기업에 특화된 나눔 경영을 펼치고 있다. 복지 수준이 열악한 중소기업 직원들을 돕기 위해 ‘IBK행복나눔재단’을 세웠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현안 등을 무료로 진단해주는 ‘희망 컨설팅’을 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농촌과 농민에 기반을 둔 농협의 정체성을 살려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생명은 생명보험사라는 특성을 살려 여성가족부 등과 손잡고 ‘세살마을’ 등의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 세살마을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생 전부터 세 살까지 아이의 체계적인 양육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미래 고객인 청소년과 소외계층을 위해 금융·경제 교육에 나서거나 장학재단을 설립한 금융사도 많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배려가 있는 자본주의’를 목표로 ‘미래에셋 박현주재단’을 설립해 국내 최대 규모의 장학 사업을 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7년간 약 200억 원을 재단에 기부했다. 지금까지 국내외 대학생 등 6600여 명이 장학금을 받는 등 총 16만 명이 혜택을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어린이의 꿈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 ‘꿈을 꾸는 아이들’은 학업·예술·체육 분야에서 재능 있는 학생 50여 명을 선발해 매달 특기 적성 개발비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KB금융그룹은 ‘KB스타 경제·금융교육’을 그룹의 대표적 사회공헌 사업으로 정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초중고교를 직접 찾아가는 방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에만 26만2000여 명의 학생이 경제·금융 교육을 받았다.

NH농협은행도 임직원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행복채움 금융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청소년, 다문화가정, 새터민 등 14만2000여 명이 맞춤형 교육을 받았다. KEB하나은행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뮤지컬 형태의 경제 교육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한은행은 실제 영업점과 똑같은 환경의 ‘신한청소년금융교육센터’를 설립해 세대별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자립을 돕고 아시아 저개발국을 지원하는 것도 국내 금융사들의 대표적인 나눔 경영 활동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운영하는 다문화센터 ‘다린’은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국내 정착과 문화 교류 등을 돕는 공간이다. 한국어 교육 등을 통해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을 세워 다문화가정과 이주 여성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있다. 이 재단은 다문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2380명에게 13억70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다양한 언어로 번역한 맞춤형 교재를 만들어 맞춤형 경제·금융 교육도 해주고 있다.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선 금융회사들의 나눔 경영도 해외로 뻗어가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은 이 지역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대학생 해외 봉사단 ‘라온아띠’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아시아 5개국에서 청소년 교육, 장애아동 직업훈련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 3개 국가에서 나눔 경영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취약계층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증을 전달해 2만6000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 중국에서는 모범 공무원을 대상으로 무료로 보험에 가입해주고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경제#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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