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경영 여건 안돼” 대기업 고용 6년만에 최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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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취업시장에서 공공 부문 다음으로 선호도가 높은 대기업 일자리 수가 4년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산층으로 갈 수 있는 대표적인 ‘기회의 문’이 좁아졌다는 뜻이다.

조선 등 기존 주력 산업에서 당분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대기업 등이 신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넓혀야만 일자리 창출과 저성장 탈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통계청의 고용지표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 수는 241만6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4만6000명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고용 시장이 얼어붙었던 2010년 9월(―6만 명)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대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5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뒤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올해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수주 절벽에 가까운 불황을 겪으며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업에서는 ‘빅3’로 불리는 회사들이 채용을 진행하지 못하거나 규모를 대폭 줄였다. 2014년 200명가량을 뽑았던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과 지난해 아예 신규 채용이 없었고 올해도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주요 대기업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삼성그룹은 신규 채용 규모를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올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1만 명 내외, 4500명가량을 각각 채용할 방침이다.

전체 취업자 수(24만3000명)가 1년 전보다 1%가량 늘었는데도 대기업의 일자리가 감소세로 바뀐 것은 기업 구조조정 여파와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조기 대선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등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당분간 구조조정이 계속될 수밖에 없어 대기업 고용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대기업에서 나오거나 취업에 실패한 사람들은 대거 자영업 수준의 일자리에 몰리고 있다. 지난달 4인 이하 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2만2000명 늘었다.

문제는 이미 포화 상태인 자영업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자리의 질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2015년 기준 기업생멸 행정통계’에 따르면 창업 기업의 3년 생존율은 38.8%에 그쳤다. 특히 자영업에 나서는 이들이 손쉽게 선택하는 숙박·음식점 업종의 3년 생존율은 30.3%로 금융·보험업(21.6%)을 제외한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일자리 감소→자영업 증가’로 이어지는 일자리의 악순환 구조를 정부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고용지표는 금융지수(주가, 환율 등), 실물 산업(산업 생산 등)에 뒤따르는 후행 성격이 있는 만큼 현재의 지표 악화를 ‘본격적인 위기의 시작’으로 보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 창출력이 떨어지는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지식서비스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하면 고용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천호성 / 김도형 기자
#대기업#고용#공격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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