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작년 對美무역흑자 302억 달러
환율조작국 요건 3개중 2개 해당 “저유가-기술로 흑자 낸것 알려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 제재를 가할 ‘환율 조작국’에 중국뿐 아니라 한국도 포함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환율 변동에 취약한 한국 수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주요국 환율보고서를 발표할 때 교역촉진법의 세 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되는 국가를 환율 조작국으로, 두 가지만 충족한 국가를 관찰 대상국으로 정한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이익을 많이 남긴 국가를 콕 집어 흑자를 줄이도록 압박해 미국의 대외 적자를 줄이려는 취지다. 세 가지 요건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 달러(약 23조4000억 원)를 넘을 것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3%를 넘을 것 △개입한 달러 순매수 규모가 GDP 대비 2% 이상일 것 등이다.
환율 조작국 1위 후보로 꼽히는 중국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1년간 대미 흑자가 3561억 달러(약 416조6000억 원)로 첫 번째 요건에만 해당된다. 한국은 같은 기간 대미 흑자가 302억 달러(약 35조3000억 원)에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7.9%로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한다. 한국은 중국보다 대미 흑자 규모는 작지만 나머지 한 가지 요건에 맞으면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커진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 중국, 독일, 일본,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을 관찰 대상국으로 정한 뒤 교역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 박사는 “한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원-달러 환율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수출 기업에 유리하게 환율을 관리하지 못하면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도 25일 트럼프 무역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과 대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보다 5.9% 감소한 4955억 달러(약 594조6000억 원)였다. 정부는 올해 수출액이 전년보다 2.9%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대외 무역 환경은 녹록지 않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며 ‘무역 보복’으로 의심되는 조치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금융팀장은 “정부는 한국 흑자의 비결이 환율보다 저유가, 기술경쟁력 등에 있음을 미국 측에 적극 알리고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낸 국가들과 환율 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공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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