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기습… 총격 교전… 현실인듯 생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원전 테러 대비 훈련용 VR 세계 첫 개발
KINAC, 7월부터 시범적용
적 탐지 등 상황별 시나리오 만들어 실제처럼 몸 사용하며 체험 가능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원자력발전소(원전) 정문 앞. 경계 근무자들에게 총이 지급됐다. 기자 역시 가상의 경계병으로 원전 방호 임무를 맡았다. 정체불명 테러집단의 침투가 예상된다는 첩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끼익∼’ 찢어질 듯한 타이어 굉음소리가 들리더니 트럭이 무서운 속도로 기자가 서 있던 정문 초소로 달려들었다. 그대로 정문을 들이받고 차량이 폭발해 정문 경계를 무력화했다. 곳곳에 숨어있던 테러범들이 총격을 가하기 시작하고, 파편 뒤에 몸을 은폐한 채 교전을 벌였다. 테러범이 쏜 총알이 옆구리를 스치자 눈앞에 피가 튀었다. 교전 중 사망한 경계 근무자도 있다. 경계 근무자들이 6명의 테러범을 쓰러뜨린 후에야 ‘미션 성공’이라는 글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실제는 아니다. 하지만 진짜처럼 느껴진다. 가상현실(VR) 공간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INSA)는 17일 자체 개발한 VR 기반 핵비확산·핵안보 교육 프로그램 ‘VR-NET(VR-Nuclear Education & Training)’를 동아일보에 최초로 공개했다. 매년 약 1800명의 원자력 관련 종사자들이 의무적으로 받는 방호 교육에 현실성을 더한 것이다. 운영시스템 개발은 김정호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팀이 맡았다.

 김상순 KINAC 선임행정원은 “원자력 분야 교육에 VR를 접목한 건 세계 최초”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론식 교육을 탈피하고 실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이 개발한 원전 방호 교육 프로그램 VR-NET 착용 시 보이는 고리 원전 정문 초소 화면. 안드로메다 스튜디오 제공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이 개발한 원전 방호 교육 프로그램 VR-NET 착용 시 보이는 고리 원전 정문 초소 화면. 안드로메다 스튜디오 제공
 VR-NET엔 모션트래킹 기반 VR 기술이 적용돼 실제 상황처럼 몸을 움직이며 체험할 수 있다. VR-NET 장비를 착용하면 고리 원전 주변을 걸어 다니고, 몸을 은폐해 적군의 총알을 피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로 세로 6m 공간을 촬영하는 12대의 모션캡처 카메라가 착용자의 위치를 가상세계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또 여러 사람이 팀을 이뤄 함께 가상공간에 투입될 수 있고, 착용한 조끼로는 총에 맞았을 때의 충격과 폭발의 떨림이 전해진다.

 현재 VR-NET는 원전 정문을 테러 차량이 기습한 상황, 외곽초소 경비가 적을 탐지하고 교전을 벌이는 상황, 차량 검문검색 중 폭발물을 발견한 상황 등의 시나리오가 개발됐다. 앞으로 시나리오를 추가해 7월엔 실제 교육 현장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김종숙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장은 “앞으로 원전을 VR-NET 교육까지 포함한 패키지 형태로 수출한다면 국제 시장에서 한국 원자력 기술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원전#테러#대비#훈련#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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