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배 연료 벙커C유 금지… 조선업계 “수주 청신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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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 선박 환경규제 강화 발표

 극심한 수주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업계가 오랜만에 날아든 희소식에 반색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연료 환경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해운업계의 전망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조선업계의 구조적 공급과잉을 해결하기에는 충분치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함께 나오고 있다.

○ IMO “2020년부터 벙커C유 사용 못 한다”

 30일 조선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IMO는 27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회의에서 2020년부터 선박연료유의 황산화물(SOx) 함유량 상한선을 현행 3.5%에서 0.5%로 줄이기로 확정했다. IMO는 그동안 적용 시기를 놓고 2020∼2025년 사이에서 저울질하다 이같이 결정했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선박들이 50년간 사용하던 벙커C유는 더 이상 연료로 쓰기 힘들어진다. 선주들로서는 중고 선박들을 선박용 경유(MGO)나 액화천연가스(LNG) 등 다른 연료에 적합하도록 설비를 교체해야 한다. 설비 교체 비용에 추가적인 검사 비용까지 고려하면 선령(20∼25년)이 지나지 않은 배들까지도 아예 신규 선박 발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박 건조 기간이 설계부터 인도까지 2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선박 발주는 늦어도 2018년부터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수주 실적이 낭떠러지로 추락한 조선업계는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업체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전 세계 수주 잔량은 9369만 CGT(표준화물선 환선 톤수)로 2004년 12월 말(8874만 CGT) 이후 11년 9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친환경 선박이 늘어나면 국내 조선업에도 유리하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관련 기술 수준이 앞서 있어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선박 연료의 변화는 LNG 추진선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이라며 “한국 조선업은 유일하게 갖가지 환경 규제를 만족하는 선박 설계도를 그려낼 수 있어 글로벌 경쟁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구조적 공급과잉 해결까지 확대 해석은 무리

 31일 조선해운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는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위는 ‘빅3’ 체제 유지에, 산업부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빅2’ 중심의 재편을 원해 왔다.

 이번 IMO의 환경규제 강화는 ‘일단 버티면 곧 수주 가뭄이 해갈될 것’이라는 금융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그러나 조선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추락하고 있는 해운경기가 반등하지 않는 이상 선박 발주가 갑자기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해당 규제 역시 시기만 미정이었을 뿐 업계에서는 이미 기정사실화돼 있었던 내용이어서 선주들도 이를 대비한 로드맵을 짜두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규제 변화가 당장 조선경기 사이클까지 바꿔 놓는다는 것은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 발표를 앞두고 내년 1월부터 전 임직원에 대해 한 달씩 무급 순환휴직을 실시해 고정비 절감에 나서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2년 안에 지난해 매출(연결기준 15조 원)의 절반 수준인 7조 원대로 매출 규모를 줄이고, 현재 전체 절반을 차지하는 해양 사업 비중도 30% 이하로 낮추는 구조조정 방안을 추진한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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