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심장’ 제조업 휘청… 재정 풀어 일자리 만들기 한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3시 00분


[악재 쓰나미 속 고용쇼크]9월 실업률 11년만에 최고

 9월 ‘고용쇼크’를 부른 결정타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제조업의 극심한 부진이었다. 조선·해운 등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데다 수출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제조업 경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고용 대란의 영향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 경제가 ‘제조업 위기→실업자 증가→가계소득 감소→내수 부진→제조업 위기 악화’의 악순환에 이미 빠져 들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 제조업 위기, 내수에 직격탄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7만6000명 줄어들어 개별 산업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올 7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조선·해운 등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업체는 물론이고 협력업체들도 자구책 마련을 위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실제 조선업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울산(실업률 3.5%)과 경남(3.4%)은 1년 전에 비해 실업률이 각각 0.5%포인트, 1.1%포인트 높아졌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직격탄을 맞은 부산은 실업률(4.0%)이 작년 동기보다 무려 1.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큰 증가폭이다.

 수출 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이 하락한 것도 고용쇼크에 영향을 미쳤다. 올 9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5.9% 줄었고, 제조업 가동률은 7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70.4%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4분기(10∼12월)에는 고용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상품인 ‘갤럭시 노트7’ 생산이 중단됐고, 현대자동차에선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실업률은 오르고 취업자 증가폭은 줄어드는 고용쇼크는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고용쇼크는 한국 경제의 뿌리이자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르다.

 제조업발(發) 고용쇼크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으로 미약하게 살아나던 내수 경기를 다시 얼어붙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가계는 이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지갑을 굳게 닫고 있는 상태다. 올 2분기(4∼6월)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70.9%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1분기(1∼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수출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수마저 무너지면 당장 2.8% 성장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추경과 10조 원 규모의 추가 재정보강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 재정만으로 일자리 창출 한계

 한국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오려면 일자리 지키기가 급선무다. 정부는 올해만 일자리 사업 명목으로 25개 부처 196개 사업에 15조8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내년 예산안에도 17조5000억 원을 편성하는 등 막대한 예산을 일자리 사업에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사업의 실제 효과는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보고서 ‘일자리 사업 심층평가의 시사점’에 따르면 현재 실업자 훈련 수료자 중 고용보험에 가입된 안정된 직장에 취업하는 비율은 36%에 그쳤다. 그나마 훈련 분야와 재취업이 일치하는 비율은 10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했다. 윤 교수는 “각종 (고용) 장려금은 정부의 도움 없이는 취업이 어려운 계층에 몰아주고, 규모가 영세하다는 이유만으로 소규모 사업자에 혜택을 주는 일자리 사업은 축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관건은 민간기업들의 투자 확대다. 이들의 투자를 통해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지 않는 한 고용 빙하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파격적인 규제 완화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국내 유턴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서 제동이 걸린 노동개혁을 서둘러 재추진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벗겨내야 비정규직 문제, 더 나아가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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