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전자에 현대車도 위기… 한국경제 이대로 무너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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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2011∼2014년 미국에서 생산한 쏘나타의 엔진 결함을 이유로 집단 소송한 미국 소비자 88만여 명에 대한 보상 합의서를 미 법원에 제출했다. 국내에서도 같은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차량에 결함이 없는지 국토교통부가 4일부터 조사 중이다. 현대차는 작년 6월 생산한 싼타페의 조수석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결함을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회사에 악재가 겹쳤는데도 11일 노조가 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 오늘 노사 교섭 상황을 지켜본 뒤 파업을 재개할지 결정하겠다니 어느 나라 노조인지 알 수가 없다.

 최근 국내외에서 잇따라 불거진 불량 논란은 현대차의 품질 관리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음을 드러낸 것이어서 우려스럽다. 지난해 505만 대 판매 목표 달성에 실패한 현대차가 품질 논란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은 추락할 공산이 크다. 이 와중에 정규직 평균 연봉이 9600만 원이나 되는 노조가 제 몫을 더 챙기겠다고 파업을 재개한다면 지나친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현대차와 함께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어제 갤럭시 노트7 생산과 전 세계 판매·교환을 모두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화(發火) 사고로 인한 리콜 이후 새 제품에서도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단종(斷種)이라는 극약 처방을 택했지만 삼성 브랜드의 신뢰 추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규모다(2012년 기준). 글로벌 환경 변화에도 구조개혁을 외면한 탓에 한국의 6대 주력 산업 중 조선과 해운업은 빈사 상태에 빠졌고 철강과 석유화학도 글로벌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상태다. 제조업 전체가 품질은 일본에 뒤지고 가격 경쟁력은 중국에 뒤지는 ‘샌드위치 현상’에서 허덕이다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은 일본에, 품질 경쟁력은 중국에 추격당하더니 이제 한국경제의 두 기둥마저 흔들리는 벼랑 끝에 몰렸다.

 한국경제에 총체적으로 비상등이 켜졌지만 정부는 안이한 인식과 허술한 액션플랜으로 정책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기 내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놓았으나 어느 하나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진정한 혁신을 하기보다 쉽고 빠른 실적 내기에 급급했던 결과가 한꺼번에 닥친 것인지 가슴을 칠 일이다.
#현대차#삼성전자#쏘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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