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시멘트업계의 단단한 담합, 금가는 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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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지·산업부
정민지·산업부
시멘트 업계를 취재하면서 생소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 시멘트 업체 홍보 담당자와 처음으로 점심 약속을 하고 자리에 나갔더니 또 다른 시멘트 업체 홍보 담당자가 함께 나와 있는 게 아닌가. 서로 경쟁 관계인 업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자리에 앉아서 얘기하려니 영 어색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날의 ‘조합’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 같았다.

 지나치게 ‘단합’이 잘 되어서일까. 시멘트 업계의 ‘담합’은 고질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급기야 최근에는 1년도 채 안 돼서 2번이나 담합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는 일까지 생겼다.

 지난주 공정위에 적발된 시멘트 업체는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아세아시멘트 등 3개사. 물만 부어 사용할 수 있는 ‘즉석 시멘트’인 드라이몰탈 가격을 6년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573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 회사 영업 담당자들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매주 한 번씩 만나 머리를 맞대고 가격을 얼마나 올릴지 상의해 결정했다고 한다.

 시멘트 업계는 이미 올해 1월에도 과징금을 받았다.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동양시멘트, 성신양회, 아세아시멘트, 현대시멘트 등 6개 시멘트 회사는 담합 행위에서 나아가 아예 시장 점유율까지 서로 짬짜미를 해 시멘트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1994억 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이렇게 이례적으로 9개월 만에 두 번이나 담합이 적발된 배경에는 한 시멘트 업체의 잇따른 ‘내부고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를 이용해 담합을 공정위에 자진 신고하고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담합이 적발된 시멘트 업계에서는 “우리가 무슨 할 말이 있겠냐”라면서도 “서류를 다 갖다 바치고 자신은 두 번 연속 빠져나간 업체를 보는 눈이 곱지는 않다”고 말했다.

 리니언시 제도의 효과에 대해서는 찬반으로 나뉜다. 업체끼리 ‘불신’을 조장해 담합 시도 자체를 줄일 수도 있지만 담합으로 이득은 빼먹고 리니언시로 과징금 철퇴를 피해 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위 수사망이 좁혀올 때마다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양심고백’을 하고 과징금을 감면받은 업체들도 있었다.

 속내야 어떻든 간에 이번 시멘트 업체의 ‘고백’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짬짜미를 해온 시멘트 업계에 균열을 일으키길 바란다. 담합으로 인한 건축비 상승은 국민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정민지·산업부 jmj@donga.com
#담합#내부고발#시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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