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송정석]개인보호장치로 불공정 기업공시 막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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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석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송정석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대규모의 한미약품 주식 공매도를 계기로 주식시장에서 기업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10만4327주 규모의 한미약품 주식 공매도가 이루어졌는데, 이는 평소 하루 평균 공매도 규모의 약 22배에 달한다. 특히 이날 공매도의 절반가량이 특정 기업공시 직전에 이루어진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비단 이번 한미약품 공매도뿐만 아니라 2012년 대한전선, 2015년 복제약 생산업체인 셀트리온 주식 공매도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는 먼저 주식을 차입하여 매도한 뒤에 해당 주식을 매입하여 갚는 거래를 말한다. 따라서 해당 주식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 공매도를 통한 거래 차익이 발생한다. 원칙적으로 공매도 거래는 개인투자자에게도 허용되나, 현실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는 주로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하락세의 주식시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거래 전략이다. 실제로 이번 한미약품 주식 공매도의 경우도 대형 외국계 증권사 두 개 업체가 주문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공매도 거래 자체는 기본적으로 주가 하락 예상에 따른 거래차익 추구 전략이며, 따라서 공매도 주체의 예상과 달리 주가가 하락하지 않고 도리어 상승할 경우 오히려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공매도 거래 자체보다 공매도 거래 주체들의 기업정보 입수 경로나 정보를 입수한 절차가 정당한지에 대한 감독과 관심이 촉구된다. 실제로 이번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원장은 한미약품 공매도를 계기로 공시제도 개편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유진 파마는 효율적인 시장하에서 주식 등 금융자산의 가격에는 모든 정보가 반영되어 있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주장했지만, 현실적으로 금융시장은 완벽하게 효율적이지 않으며 특정한 정보의 반영 여부에 따라 주가는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주식시장에서 정보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며 따라서 소위 ‘찌라시’라고 하는 증권가 미확인 정보들에 대해서조차 시장 참여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주가와 정보의 밀접한 연관성을 고려한다면, 공매도가 발생할 때마다 불거지는 논란과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두 가지 측면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공매도는 특정 정보에 기초하여 투자자 판단하에 이루어지는 의사 결정의 결과이며 이를 제한하는 것은 주식시장의 거래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것이다. 둘째, 공시제도 개편은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정보 접근에 있어 공정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논의와 개선이 필요하다.

 발행시장 공시와 유통시장 공시를 중심으로 하는 현행 공시제도 가운데 기업 경영활동과 관련된 유통시장 공시, 그중에서도 주요 경영사항 공시와 관련된 수시공시에 대한 점검 및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기업정보 공시의 시차와 관련해 일반 개인투자자 입장을 좀 더 반영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공매도 거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관투자가들은 기업정보 수집 등에서 일반 개인투자자보다 앞서기 때문에 기업정보 공시의 시차가 길어질수록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들을 반영해 기업공시제를 개선하고 상장기업 스스로도 보다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기업설명회 등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정보 투명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공매도 논란을 불식시키고 주식거래에 대한 신뢰 회복이 실현될 것이다.
 
송정석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한미약품#유진파마#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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