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떨군 바이오株

  • 동아일보

증권가 “장밋빛 기대만으론 위험” 한미약품 목표주가 줄줄이 하향
JW중외제약-종근당 등 동반 약세

 신약 개발 계약 파기와 늑장 공시 논란 등이 불거진 한미약품 사태의 여파가 바이오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바이오 대장주(株)인 한미약품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으며, 바이오주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다시 일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4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보고서를 내고 한미약품의 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이 84만 원이던 한미약품 목표주가를 79만 원으로 내렸으며, 대신증권이 목표주가를 10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신한금융투자가 75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각각 내렸다. 약 1조 원 규모로 평가받던 독일계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의 신약 항암제 관련 계약이 지난달 30일 파기됐고, 이와 관련된 신약 개발과 판매 로열티 확보도 어려워졌다는 게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내린 이유다.

 이날 한미약품을 비롯한 바이오주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전 거래일보다 7.28% 하락했으며, 지주회사 격인 한미사이언스는 8.33% 내렸다. 논란이 시작된 후 두 회사의 주가 하락률은 각각 24%, 25.1%에 이른다. 다른 바이오 종목들도 약세를 이어갔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JW중외제약이 같은 기간 21.3% 떨어졌다. 종근당(6.9%), 대웅제약(4.8%) 등도 약세를 보였다. 한미약품 등 바이오 업종이 포함된 코스피200 헬스케어 지수는 이틀간 11.7% 추락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고평가 논란이 일었던 바이오 업종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날 제약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7.73으로 나타났다. PER는 주가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PER가 14.51임을 감안하면 제약업종의 PER가 상대적으로 높은 셈이다. 이는 제약업종의 고평가 논란으로 이어졌다. 국내 증권사의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높은 PER에도 바이오 업종의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던 건 현재 실적보다 미래 신약 개발 가치가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라며 “신약 개발 이슈로 주가가 급등한 회사들은 큰 폭의 조정을 거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들도 바이오 업종의 성공 가능성을 보다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 파기를 통해 바이오 투자의 위험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서정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약 수출 계약을 해지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투자자들이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바이오 회사들의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시장 평균보다 높게 평가했던 관행도 없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회사의 기업공개(IPO)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어급 기업공개로 꼽혀 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회사는 다음 달 2, 3일 1654만1302주를 일반 공모하며, 공모가는 11만3000원에서 13만6000원 사이에서 결정된다.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되는 자금은 1조8692억 원에서 2조2496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주가#증권#바이오주#한미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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