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R&D 열기 식을라’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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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작년 신약기술 8조 수출… 국내 제약사 연구개발 투자 불지펴
업계 ‘신약 개발의 벽’ 다시 실감… 일각 “수출 취소만 강조하면 곤란”

 최근 한미약품의 수천억 원대 기술 수출이 취소된 것과 관련해 국내 제약업체들이 연구개발(R&D) 및 신약 수출 열기가 식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지난해 7월 다국적 제약회사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었던 8500억 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이 지난달 30일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한 제약업체 임원은 “글로벌 신약 개발의 벽이 정말 높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제약업체 임원은 “신약 개발은 속도가 핵심인데 이번 사태로 국내 업체들이 R&D 투자를 줄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제약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R&D 투자에 대한 재검토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상위권 제약사 관계자는 “최근 공격적으로 R&D 투자를 늘렸는데 더 정밀하게 다시 봐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국내 제약업계에서 R&D 투자와 신약 수출을 주도해 왔다. 이를 위해 한미약품은 2007년 이후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2014년에는 매출의 20%인 1525억 원을, 지난해에는 1871억 원을 R&D에 쏟아 부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총 8조 원의 신약 기술을 다국적 제약사에 수출하면서 ‘신약 개발은 국내 제약사 수준으로는 어렵다’ ‘한미약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고 있다’는 제약업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한미약품의 성공에 자극받은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등 국내 상위권 제약사들은 지난해부터 R&D 투자를 확대하고 신약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녹십자는 주력 사업인 백신 부문에서 독감, 수두 백신의 수출이 51.5% 늘었다. 유한양행도 올해 7월 중국 제약업체에 폐암 치료 신약후보물질을 수출(1352억 원)했다. 그 결과 지난해 제약업체들은 사상 최대의 성과를 기록했다. 한미약품과 녹십자, 유한양행이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2014년까지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업체는 유한양행 한 곳뿐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 제약사들은 20여 개 신약(바이오시밀러 포함)의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와 종근당이 각각 2건, LG생명과학과 SK케미칼, CJ헬스케어 등이 1건씩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기술 수출 취소 때문에 한미약품의 성과를 깎아내리면 안 된다는 의견이 강하다. 이재국 한국제약협회 상무는 “한미약품이 당뇨병 치료제로 유명한 사노피에 당뇨 신약을 수출했고 이번에는 항암제로 유명한 로슈에 표적 항암 신약 물질을 수출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 국내 제약 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업적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이어 “신약 개발은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에서도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수출이 취소됐다는 사실만 너무 부각해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제약업계#r&d#한미약품#신약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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