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합의… 저유가시대 막 내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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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5.3% 급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줄이는 데 동의했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5% 이상 뛰어올랐다. 11월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면 OPEC은 2008년 이후 약 8년 만에 감산에 성공하게 된다.

 이번 국제유가 반등을 계기로 글로벌 경제 회복을 방해한 저유가 쇼크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다만 최종 감산 합의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국제유가 추가 상승을 섣불리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 OPEC, 8년 만에 감산 합의

 28일(현지 시간)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5.33% 오른 배럴당 47.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알제리 알제에서 열린 국제에너지포럼(IEF) 비공식회담에서 OPEC 회원국들이 감산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가가 강세를 보인 것이다. 14개 OPEC 회원국은 현재 하루 3324만 배럴인 생산량을 74만 배럴 감소한 3250만 배럴로 낮추기로 했다. 올해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감산 수준과 회원국별 할당량 등의 쟁점이 최종 타결되면 OPEC은 2008년 12월 이후 약 8년 만에 감산에 들어가게 된다.

 그간 OPEC이 감산 합의를 쉽게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감산을 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제 제재에서 벗어난 이란과 내전을 겪고 있는 리비아 등 증산을 요구하는 국가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인 결정이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직접 (생산량을) 논의하고 시장을 관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OPEC의 결정에 세계 주요 증시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6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53% 올랐다. 한국 코스피도 국제유가 강세 영향에 전날보다 0.76% 오르며 연중 최고 수준인 2,068.72로 마감했다.

 그럼에도 아직은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이 많다. OPEC 국가 간 협의가 남아 있고, OPEC 비회원국 중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 등이 감산에 동참해야 실질적인 감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OPEC의 감산량만큼 러시아의 증산, 미국의 셰일오일 등의 시추 확대가 진행될 것”이라며 올해 말 유가 전망을 배럴당 43달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 “저유가 쇼크 재발 우려 감소”

 전문가들은 감산 실행 여부와 상관없이 OPEC이 적극적인 감산 의지를 드러낸 만큼 산유국들이 국제유가의 하락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연초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저유가 쇼크’가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감산 합의가 결렬되더라도 국제유가는 30달러 밑으로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가 급등 소식에 국내 기업들은 “당장 큰 영향은 없다”면서도 유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공, 해운, 자동차 업종 등이 유가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가 14개월 동안 0원일 정도로 유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당분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인 추세의 유가 움직임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당장 운송비에 부담이 되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운임을 올릴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수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자동차업계도 유가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유가가 다시 오르면 친환경차 시장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자동차 판매에는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유가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친환경차 수요가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박은서 기자
#opec#국제유가#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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