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벽화… 개성만발 상점… “청년들의 아지트 변신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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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전통시장 접점 ‘영프라쟈’

서울 구로시장의 ‘영프라쟈.’ 이곳에선 20, 30대 청년 상인들이 각자 특색 있는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구로시장의 ‘영프라쟈.’ 이곳에선 20, 30대 청년 상인들이 각자 특색 있는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서울 구로시장. 시장에서 유명한 ‘칠공주떡볶이’ 옆쪽으로 연결된 골목을 걷다 보면 알록달록한 벽화와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나타난다. 20, 30대 청년상인들이 각자 개성 있는 상점을 운영하는 ‘영프라쟈’다. 지난해 1월 점포 4곳으로 시작했던 이곳의 ‘청년상점’은 어느덧 14곳으로 늘었다. 초기부터 자리를 지켜온 ‘쾌슈퍼’(식료품)와 ‘아트플라츠’(꽃초상화, 음료)를 포함해 오징어 전문점, 일본식 요리집, 자수공방점, 디저트 카페 등 상점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최현호 구로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단장(31)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그는 “초창기에 비하면 찾아오는 분들이 꽤 많이 늘었지만 아직 인근 주민 중에도 이곳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며 “청년상인들이 자생력을 갖추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프라쟈는 구로구,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언젠가 영프라쟈가 이런 지원 없이 번성해 나가는 것이 최 단장의 소망이다.

구로시장은 구로공단이 번성했던 1970, 80년대에 함께 호황을 누렸다. 이후 인근에 백화점이 생기고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쇠퇴기를 맞았다. 바로 옆에 생긴 남구로시장에 손님을 빼앗기기도 했다. 영프라쟈는 이런 구로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시장 뒤편 창고로 쓰이던 건물에 독특한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젊은 손님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것.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에는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었다.

옛 시장 건물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점도 영프라쟈가 가진 특색이다. 최근 전통시장에도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시설 현대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영프라쟈는 일부러 옛 건물의 셔터나 벽 등을 남겨뒀기 때문에 1970, 80년대 복고풍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최 단장은 영프라쟈가 지역 청춘들과 전통시장의 접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열리는 구로구 축제 ‘점프 구로’에 영프라쟈 상인들이 총출동해서 점포를 알리기로 한 것도 그런 바람 때문이다. 그는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늘 친구들과 홍익대 앞 등 소위 ‘뜨는 동네’를 찾아다녔지 우리 동네에서 놀았던 기억이 없다”며 “영프라쟈가 구로 지역 청년들이 놀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전통시장#영프라자#청년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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