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신용위험 평가 결과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조선해양 등 대기업 32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건설 및 철강 업종은 대상 업체가 전년보다 절반 넘게 줄어든 반면 전자업종은 2년 연속 5곳 이상 포함됐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 ‘빅3’는 제외돼 조사의 신뢰성과 형평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권에서 500억 원 이상 돈을 빌린 대기업 중 부실 징후가 있는 602곳을 대상으로 ‘2016년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를 진행한 결과 13곳이 C등급, 19곳이 D등급을 받았다고 7일 밝혔다. C, D등급을 받는 기업은 각각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대상이 된다.
대상기업은 작년 정기평가(35곳)보다 3곳 줄었다. 당초 34곳이 선정됐으나 개정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올해는 C, D등급에 포함된 기업 5곳의 이의신청을 받아 2곳의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대상 업체의 총자산(24조4000억 원)과 신용공여액(19조5000억 원)은 작년 정기평가보다 각각 130.2%와 174.6% 증가했다. 금감원은 “대형 조선·해운사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라며 “채권은행 대부분이 충당금을 상당부분 적립해 추가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조선 해운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 취약업종 기업이 17곳으로 구조조정 대상의 53%를 차지했다. 전자업종은 2년 연속 5곳 이상 포함됐다. 이들 대부분은 부품업체다. 장복섭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휴대전화 등의 판매 부진, 중국 수요 감소 등을 겪고 있는 일부 전자제품 업체들과 긴밀하게 연결된 1·2차 협력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은 탓”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전자업종의 향후 전망도 불투명한 만큼 밀착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다.
지난해 13곳이나 됐던 건설 업종 구조조정 대상은 부동산 경기 호조, 건설공사 수주 증가 등의 영향으로 6곳으로 줄었다. 지난해 8곳이 선정된 철강 업종도 실적 개선에 힘입어 1곳만 포함됐다.
금감원은 부실 가능성이 있지만 C, D등급에서 제외된 업체 26곳을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 대상으로 분류했다. 채권은행의 금융지원 없이도 자체 자구계획을 통해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3대 대형 조선사도 이번 평가에서 정상인 B등급을 받아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C등급에 올랐다. 금감원 측은 “조선 3사는 주채권은행이 업체로부터 자구안을 받아 별도의 계획에 따라 경영정상화 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 3사의 경우 4월 정부와 채권단이 “더욱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하는 등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압박을 받고 있는데도 B등급으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특히 대우조선은 지난해 평가에서도 5조 원대 손실이 드러났음에도 B등급을 받고 최근에는 검찰이 현 경영진의 분식회계 혐의까지 들춰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현대상선은 최근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채권단 관리회사로 편입됐으며 한진해운은 다음 달 4일까지 ‘조건부 자율협약’ 기간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결단이 없다면 한진해운은 바로 법정관리로 가게 되는 상황인데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을 주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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