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날 웃지 못한 신동빈 “호텔롯데 연말까지 상장 노력”

[롯데 전방위 수사]美 합작공장 기공식서 첫 언급
“日주총 끝나는대로 6월말 귀국… 경영권 방어 전혀 걱정 안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4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루이지애나 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의 에탄크래커(분해) 및 에틸렌글리콜 합작사업 기공식에서 검찰 수사 시작 후 처음으로 한국 기자들과 조우했다. 이날 행사는 롯데그룹이 ‘한국 최초의 미국 셰일가스 기반 석유화학시장 진출’을 목표로 4년간 준비해온 대형 프로젝트가 결실을 보는 행사였다.

하지만 안호영 주미대사, 합작 파트너인 석유화학회사 액시올의 티머시 만 대표이사 등과 함께 첫 삽을 뜨는 기념행사를 한 뒤 내외신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받은 질문은 그룹의 새 주력사업(석유화학) 청사진이 아니라 검찰 수사에 집중됐다. 오랜 기간 정성들여 크게 준비한 ‘잔칫집’에서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 발언을 해야 했다.

신 회장은 “검찰 수사가 그룹의 미래 투자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 같으냐”는 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일정 정도 영향(some impact)이 있을 것 같다. 검찰 수사가 빨리 끝나길 바란다”고 대답했다. ‘검찰 수사의 조기 종결과 향후 그룹 경영 정상화’에 대한 강한 희망을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가장 관심거리인 귀국 시점에 대해서는 “6월 말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몇 주 동안 여러 가지 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롯데홀딩스의) 주총이 언제인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거 끝나는 대로 꼭 (한국에) 들어가겠다. (그러면) 이번 달 말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며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의 경영권 싸움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미국에서의 에틸렌을 만드는 에탄크래커 합작사업은 롯데케미칼이 세계적인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롯데케미칼이 롯데그룹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이날 기공식에 ‘롯데그룹 석유화학 사업의 중대 교두보 마련’이란 의미를 부여했지만 ‘첫 삽’을 뜨는 날부터 검찰 수사의 짙은 먹구름 때문에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루이지애나 현지 관계자들은 “롯데 수사가 우리 지역 투자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백주현 주휴스턴 총영사, 제이 달덴 루이지애나 주 행정부 장관 등 한미 양국의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레이크찰스=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