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직장 만드는 ‘정지선 리더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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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간 칭찬 月1500개 쌓이면… 청각 장애아 수술비 500만원 지원
싱글족 여직원에 무료 방범 서비스… 전계열사 직원 스트레스 검사도

청각장애가 있는 김상현(가명·3) 양은 지난달 18일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엄마 배 속에서 28주 만에 미숙아로 태어나 장애(2급)를 갖게 된 김 양은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이 지원한 수술비 500만 원 덕에 김 양은 태어난 뒤 처음으로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현대백화점그룹 임직원들이 서로를 칭찬하면서 쌓은 1500개의 ‘하트’가 김 양의 수술을 가능하게 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사내 인트라넷에서 운영되고 있는 ‘생큐 마일리지’ 시스템 화면. 전체 임직원들이 주고받은 칭찬 하트의 총 개수가 실시간으로 매달 집계된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현대백화점그룹은 2014년부터 ‘생큐 마일리지’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내 인트라넷에 사소한 일이라도 실명으로 칭찬하는 글을 올리면 칭찬 하트가 하나씩 적립된다. 올해 들어서는 이 프로그램을 사회공헌 활동과 연계해 한 달에 1500개의 하트가 모이면 청각장애 아동에게 수술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런 사업의 뒤에는 ‘조직문화 전도사’라 불리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이 있다. 정 회장은 평소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직원 복지를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기업의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해왔다. 특히 서로 칭찬하는 분위기를 독려하기 위해 “사소하고 유치한 일도 공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어려운 이웃까지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달라”라고 주문했다.

정 회장의 경영철학 때문에 현대백화점그룹에는 다른 기업에 없는 특이한 사내 제도가 많다. 정 회장은 2003년 그룹 부회장직에 오른 뒤부터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 2004년에는 신입사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 젊은 사원 40명으로 이뤄진 ‘주니어 보드(이사회)’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2014년부터는 눈치 보며 억지로 야근하는 일이 없도록 PC를 오후 6시에 강제로 꺼버리는 ‘PC오프제도’를 유통업계 처음으로 도입했다.

최근에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조직생활 영역 밖의 사적인 부분까지 복지의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조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전 계열사 직원 3100여 명에게 스트레스 검사를 실시하고, 혼자 사는 여직원의 경우 전문 업체와 제휴를 맺고 무료 방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사소한 제도라도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사기 진작에 효과가 있다”며 “땡큐 마일리지의 경우 조직문화 개선 사례를 사회공헌 활동으로까지 확장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정지선#리더십#현대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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