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타놓고도 안 쓰는 지자체 특별교부세 5년 명세 전수조사

  • 동아일보

정부 “3년 이상 집행안된 경우 감액”

정부가 1962년 제도 시행 후 처음으로 5년 치의 특별교부세(특교세) 집행명세를 전수 조사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긴급한 현안사업이라며 일단 특교세를 받아놓고 실제 사업은 한참 지나서 추진하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다. 또 정부는 민간인으로 꾸려진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특교세 교부를 둘러싼 편파성 우려도 불식하기로 했다. 지난해 TK(대구경북) 지역 교부금액은 서울과 경기를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30일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올 9월 2011∼2015년 교부된 특교세의 집행명세를 모두 조사할 계획”이라며 “교부 후 3년 이상 집행하지 않았을 경우 사유를 조사해 감액 등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해당 기간에 교부된 특교세 5조6835억 원 중 재난안전교부금(50%)과 국가사업 지원비 성격의 시책수요교부금(10%)을 제외한 약 2조2700억 원이다.

특교세는 내국세 총액의 19.24%인 지방교부세 중 3%를 별도로 떼어 조성한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보통교부세에는 반영되지 않는 지자체별 여건과 예기치 못한 재정 수요 등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다. 한 해 교부 건수는 1000건이 넘는다. 하지만 원래 목적인 ‘시급한 지역 현안’보다는 지역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의 부족분을 메우는 데 주로 쓰이는 게 현실이다.

최근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지방재정365)’을 통해 공개된 2015년도 특교세 교부명세를 보면 재난안전교부금을 제외한 총 4937억 원 중 절반에 가까운 2333억 원이 도로를 만들거나 보수하는 데 쓰였다.


▼특별교부세 ‘TK 〉서울-경기’ 지역편중 “민간심의위 구성해 심사-교부 투명하게”▼


이 중에는 위험도로 정비 등 중요한 사업도 있지만 도로 확장·포장과 같이 급하지 않은 사업이 더 많다. 지역구 의원이나 지자체장의 대표적 ‘치적(治績) 사업’으로 꼽히는 공원이나 체육·복지시설 확충에도 772억 원이 들어갔다. 심지어 주민센터 증축에도 수십억 원이 투입됐다.

본래의 목적이 유명무실해지면서 지자체 사이에는 ‘한정된 재원을 먼저 차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이러다 보니 사업 시행이 확정되기도 전에 특교세를 먼저 신청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충남의 한 지자체는 도시계획도로를 만든다며 지난해 5억 원의 특교세를 받았지만 아직 편입 토지에 대한 보상 절차나 도비(道費) 지원 결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쓰이지 않고 있는 특교세는 정작 시급한 곳에는 쓸 수 없는 ‘잠자는 세금’이 된다. 행자부 관계자는 “3년이 넘도록 집행되지 않거나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특교세를 받아 추진하던 사업이 중단된 경우도 있다”며 “지난해 지자체 20여 곳을 시범 조사한 결과 두세 곳은 정상적 시기에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질적 문제인 ‘지역 편중’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TK 지역에는 인구 규모로는 4배가 넘는 서울과 경기 지역(869억 원)보다 많은 875억 원이 교부됐다. 기초지자체 중에선 지자체 통합에 따른 지원을 받은 경남 창원시(138억 원)와 충북 청주시(137억 원)가 1, 2위를 차지했다. 3∼10위에는 경북 포항시(48억 원) 김천시(47억 원) 문경시(44억 원) 영천시(36억 원)와 대구 달서구(38억 원) 등 TK 지역 5곳이 포함됐다. 10위권에 호남 지역은 전남 순천시(38억 원) 단 한 곳이었다.

전북 지역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여당 실세 지역구나 같은 야당이라도 ‘힘 있는’ 다선 의원 지역구에 특교세가 몰린다는 느낌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중립적으로 심사해 왔지만 시각에 따라 편중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올해부터 특교세 사업심의위원회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 및 교부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특별교부세#전수조사#집행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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