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유회사들 순익 80% ‘개발’서 뽑아… 한국은 ‘정제-수송’ 치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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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탐사기획/프리미엄 리포트/거꾸로 가는 해외자원개발]

전 세계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자원산업의 상류부문(업스트림·Upstream)에서 고수익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적인 석유회사들은 순이익의 80%가량을 개발사업에서 냈다. 반면 한국의 에너지 공기업은 석유화학 정제 등 하류부문(다운스트림·Downstream)에 머물러 있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상류로 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 가스 광물 등을 포함하는 자원산업은 상·하류로 구분된다. 광권을 취득해 자원을 탐사하고 개발, 생산하는 일련의 자원개발 과정이 상류부문이다. 이후 이를 수송하고 정제해 판매하는 과정은 하류부문이라고 부른다.

상류인 자원개발산업은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대규모 장기투자 산업이다. 고위험-고수익 구조다. 실제 석유개발의 탐사성공률은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탐사에 성공할 경우 장기간 안정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탐사개발 10곳 중 1곳만 터져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한 ‘한중일 해외자원개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5대 메이저 석유회사(엑손모빌, 셰브론, 로열더치셸, BP, 토털)들은 순이익의 80%를 석유개발을 통해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엑손모빌이 상류부문에서 벌어들이는 분기당 순이익은 68억 달러(약 8조 원) 수준이다.

주요 에너지 기업의 매출은 전 세계에서도 최상위권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2015년 500대 기업 가운데 10위 이내에 포함된 주요 에너지 기업이 5곳이나 된다. 2014년 매출 기준으로 선정된 순위에서 시노펙그룹, 로열더치셸, CNPC, 엑손모빌, BP가 2∼6위를 싹쓸이했다. 이 5개 기업의 합산 매출액은 2조480억 달러로 2014년 한국 국내총생산(GDP) 1조4100억 달러의 1.5배에 이른다.

반면 한국의 석유기업들은 정제, 수송 등 하류부문에 치중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국내 19개 석유화학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8.2%에서 2014년 1분기(1∼3월) 2.9%로 추락했다. 특히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수출 시장이 축소되고, 미국과 중동 시장에서의 점유율마저 줄어드는 상황이다. 정부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자원개발 기능을 분리해 통폐합함으로써 상류부문에 대한 역량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해외자원개발#석유회사#자원산업#에너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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