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말 제시한 3.0%에서 2.6%로 낮춘 ‘2016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김성태 거시경제연구부장(수석이코노미스트)은 어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거나 부정적 여파가 커지면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최적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곧 현재 최적의 구조조정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조선·해운업에서 추진되는 구조조정은 기업 부실을 키운 쪽에 책임을 지우는 ‘책임주의’와 ‘비용 최소화’의 대원칙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KDI는 구조조정 이후까지 내다보고 전체 산업 개편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도 보이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지금까지 기획재정부가 나서기 곤란한 상황에 대변자 역할을 해 온 KDI가 이례적으로 지적한 구조조정의 문제를 정부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늘 기업의 회생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런 방식은 1997년 외환위기 때나 적당했다. 그때만 해도 글로벌 경제상황이 좋아 가능성 있는 기업을 살리면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확실한 대외 경제여건은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추락한 주력 산업 경쟁력, 앞으로 먹고살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 산업 확충과 대규모 실업 대책, 사회안전망 정비까지 고려한 입체적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런 큰 그림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나 기업 부실에 책임이 있는 KDB산업은행이 갖고 있을 리 없다.
KDI는 구조조정 지원에 거시경제정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이나 슈퍼예산 편성을 택해 구조조정과 관련된 실업대책 강화, 긴급 복지제도 강화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책임을 지는 컨트롤타워가 없을 경우 정부가 낸 막대한 빚이나 예산은 경쟁력 없는 부실기업을 살리거나 선거용 포퓰리즘 사업에 퍼부어질 공산이 적지 않다.
이제라도 정부는 KDI 권고를 토대로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경제가 어려우니 일단 지원하고 보자는 식의 도덕적 해이는 구조조정의 최대 장애물이다. 청와대 서별관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시점에 공개하면 무책임한 떠넘기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는 유일호 경제부총리나 임 위원장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직접 메스를 들고 대수술을 집도하는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