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통, 한국서 남성복 선보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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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 이끄는 아이롤디 CEO, 베네통코리아 인수… 직영체제 전환

“우리의 혈관에는 ‘상구에 베르데’(초록색 피라는 뜻의 이탈리아어)가 흐릅니다.”

이탈리아 북부 폰차노베네토에 있는 베네통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임직원들의 입에 붙은 말이다. 회사 주변에는 베네통의 상징 색상인 초록색 잔디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저가(低價)란 것 외에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습니다. 한때의 트렌드를 쫓으며 소비되는 경향이 강한 브랜드죠. 베네통은 맹목적인 유행을 따르지 않습니다. 베네통만이 표현할 수 있는 색상과 디자인이 우리의 자부심이죠.” 5일 베네통 본사에서 만난 마르코 아이롤디 베네통그룹 최고경영자(CEO·56·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베네통은 1965년 이탈리아 루치아노 베네통이 설립한 기업으로 한 가지 색상으로 옷을 만든 뒤 그 위에 염색을 하는 후염(後染) 공정에 성공해 큰 인기를 얻었다. 1990년 10억6700만 유로였던 베네통 그룹의 연 매출은 2001년 20억9800만 유로까지 올랐다. 그러나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의 공세에 밀려 실적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2003년 루치아노 베네통과 그의 세 남매는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전문경영인 시대가 열리면서 아이롤디 CEO가 2014년부터 베네통 그룹을 이끌고 있다.

1991년 국내 의류기업인 에프앤에프와 합자형태로 베네통코리아를 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베네통은 4월에 계약이 만료되면서 에프앤에프가 보유한 주식을 전량 사들이며 직접 한국시장에 진입했다. 베네통은 한국시장에서 2009년 영업이익을 106억 원까지 냈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 업계에서는 2009년에 비해 지난해 영업이익이 3분의 1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 아이롤디 CEO는 “본사는 베네통의 역량을 한국에서 전부 보여주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했다”며 “마침 계약 기간이 끝나 직접 진출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이롤디 CEO가 이끄는 베네통은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서 100개의 새로운 매장을 여는 등 부활하고 있다. 아이롤디 CEO는 두 가지의 큰 변화를 예고했다. “한국시장에서 남성복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아직까지 한국에서 팔지 않았던 베네통 남성복 라인을 들여올 예정입니다. 또 어린이 의류 라인도 대폭 확대해 베네통 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입는 ‘가족 브랜드’로 베네통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서울 주요 지역에 이탈리아 매장 콘셉트와 비슷한 대형 플래그숍을 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동안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베네통 광고도 적극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통은 1980년대 중반부터 인종, 종교, 환경 등의 사회적 이슈를 다룬 광고를 만들며 베네통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혔다. 2011년에는 ‘미워하지 마’라는 콘셉트로 교황 베네딕트 6세와 이집트의 종교지도자 아흐메드 엘타옙이 키스하는 광고를 만들었지만 이런 파격적인 광고들은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폰차노베네토=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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