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유병자 보험 열풍… 기대반 걱정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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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셋 통과하면 OK… 간편심사 보험 가입 러시

서울에 사는 김모 씨(60)는 10년 전부터 고혈압을 앓고 있다. 그동안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 증상이 악화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의 병원비를 생각하니 걱정이 컸다. 김 씨는 그동안 보험 가입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고혈압이라는 병력(病歷) 때문에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하지만 올해 초 한 생명보험사의 ‘간편심사 보험’에 가입하는 데 성공했다.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고령자와 유병자를 위한 간편심사 보험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내놓고 있는 간편심사 보험은 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도 간단한 절차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 고령자, 유병자 위한 보험 상품 봇물

간편심사 보험은 기존 10여 개에 달했던 가입 심사 질문을 3가지로 단순화했다. △최근 3개월 내 입원이나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는지 △2년 내 입원이나 수술을 했는지 △5년 이내에 암을 진단받은 적이 있는지 등을 묻는다. 만약 세 질문에 모두 ‘아니요’라고 답을 할 수 있으면 보험 가입이 승인된다. 가입 자격을 낮추고 심사 과정을 단축한 대신 보험료는 보장 수준이 비슷한 다른 보험 상품들의 최대 2배가량 비싼 편이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병이 있거나 나이 든 사람이 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금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위한 보험 상품 출시를 꺼려 왔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현재 70세 이상 고령자의 보험 가입률은 32.5%로 국민 전체의 민영보험 평균 가입률(81.6%)에 크게 못 미쳤다. 정작 보험이 가장 필요한 계층의 보험 가입 기회가 사실상 막혀 있었던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을 대상으로 한 보험 상품 출시를 지난해부터 적극 유도해 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다소 비싼 보험료를 부담하더라도 보험에 가입해 질병 치료비를 보장받으려는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맞춤형 상품’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사들도 고령자와 유병자를 위한 보험 상품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보고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당국이 먼저 상품 출시를 요구한 것은 맞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도 막상 해보니 수익성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 가입자 폭증, 보험사엔 역마진 우려

간편심사 보험은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달 간편심사 보험을 출시한 삼성생명은 출시 첫날에만 가입자가 2만 명을 넘어서자 추가 가입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당초 삼성생명은 가입자 수를 한 달에 2만 건으로 예측했다. 교보생명의 간편심사 보험 역시 1주일 동안 1만 명이 가입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가입자가 폭증하면서 보험업계에서는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 비율) 상승으로 인한 역마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확히 손해율이 계산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사들이 앞다퉈 보험을 내놓고 있다”면서 “마구잡이로 보험을 팔 경우 추후 보험금 지급이 제때 되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설계사의 마케팅이 과열됐다는 지적도 있다. 설계사들은 보험료가 높을수록 수수료를 많이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싼 간편심사 보험에 대한 선호가 강하다. 자칫 나이가 젊거나 병이 없어 간편심사 보험이 필요 없는 소비자들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보험에 가입하면 쓸데없이 더 많은 보험료만 낼 수 있다.

원희정 금융감독원 팀장은 “고령자를 위한 보험 상품은 더 많아져야 하지만 불완전 판매 가능성에 대해서는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고령#유병자#보험#간편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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